'뉴스테이' 공급 과잉 우려 …지역 연간 월세 거래량 2배

양희동 기자I 2015.05.13 17:38:53
△정부가 올해 서울·수도권 4곳에 5500여가구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 월세 물량이 한꺼번에 풀릴 경우 주변 전·월세시장이 왜곡되고 미계약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테이 2107가구가 공급될 인천 도화지구 공사 현장.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정부가 민간제안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통해 올해 인천 도화동 등 서울·수도권 4곳에 중산층용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5500여가구를 짓는다. 하지만 이들 뉴스테이 물량은 해당 지역의 한 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의 두 배에 달해 입주 시점인 2년 후 공급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월세 수요가 대거 뉴스테이로 옮겨가면 주변 전·월세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서울 신당동 729가구 △서울 대림동 293가구 △인천 도화동 2107가구 △경기 수원 권선동 2400가구 등 서울·수도권에서 뉴스테이 5529가구를 쏟아낼 계획이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 수준 또는 이하로 책정하기로 했다. 대략 보증금 1000만~1억원에 월 임대료 43만~110만원 선에 공급될 전망이다. 오는 7월 서울 대림동 사업장부터 입주자 모집에 들어간다.

△올해 착공할 서울 신당동과 대림동 뉴스테이 물량과 작년 한해 해당지역 아파트 월세 거래량 비교. [자료=서울시·단위=호·건]
◇공급 과잉 우려…“주변 임대주택 타격 입을 수도”

문제는 ‘보증부 월세’ 아파트 개념인 뉴스테이 물량이 특정 지역에 한꺼번에 쏟아지면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인근 전·월세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전·월세 거래량 자료를 보면 뉴스테이 729가구 공급이 결정된 중구 신당동(도로교통공단 부지)의 경우 작년 한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총 384건이었다. 뉴스테이 공급 물량이 신당동 전체 2년치 월세 거래량과 맞먹는다. 뉴스테이 293가구가 지어질 영등포구 대림동 역시 지난해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뉴스테이 공급 물량의 절반 수준인 138건에 불과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주변 임대료 수준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8년 장기 거주가 가능한 뉴스테이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근 월세 수요가 상당수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 지역 월세 수요가 2년 새 급증하지 않는 한 기존 임대인들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림산업(000210)과 한화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2000가구 이상 대단지 뉴스테이를 건설할 인천 도화동과 수원 권선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이들 지역 아파트 월세 거래는 단지별로 한 달 2~3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임대주택 과잉 공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이 ‘e편한세상 도화’란 이름으로 뉴스테이 2107가구를 공급하는 도화동은 이미 인천시가 선보인 임대주택 ‘누구나 집’(520가구)이 내년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 도화동 행복공인 관계자는 “단일 물량이 2000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은 유례가 없다”며 “가뜩이나 월세 물량이 넘쳐나는데 임대주택을 또 짓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원 권선동 뉴스테이도 충분한 월세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토부가 시세 비교 단지로 제시한 인근 오목천동 푸르지오2단지(전용 59·84㎡)의 경우 올해 1~4월 매매 실거래는 13건이었지만 월세 거래는 전무했다.

◇“리츠가 책임지겠지…” 책임 회피 우려도

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뉴스테이 민간사업자인 건설사들은 느긋한 입장이다. 설령 공실이 발생해도 주택기금 등이 출자한 리츠가 비용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부족한 공사비는 리츠가 지원하기로 협의했기 때문에 일반분양과 달리 리스크가 없다”고 말했다.

사업성이 부족해 오랫동안 공사를 하지 못한 미착공 사업물량을 건설사들이 이참에 털어버리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리츠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면 땅을 보유한 시행사 입장에선 부지를 매각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그만큼 금융비용 등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뉴스테이 입주가 2년 후 이뤄지는만큼 시장 상황을 미리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태석 국토부 뉴스테이 지원센터장은 “주변 전·월세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와 과잉 공급 우려 등은 입주 시점에 가서 판단할 문제”라며 “만약 공실 리스크가 커진다면 민간사업자가 임대료를 낮추는 등 자율적으로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뉴스테이’란 정부가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짓는 기업형 임대주택 브랜드를 일컫는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같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며, 임대료 상승률도 연 5% 내외로 제한된다. 최장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정부가 올해 착공하기로 한 서울·수도권 뉴스테이 물량과 예상 임대료, 주변 시세 현황. [자료=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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