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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도 소용없는 2주 이상의 고열, 단순 몸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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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5.13 10:01:02

면역의 역습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주의보
건국대병원 이홍기 교수 “면역세포 폭주로 장기 손상 ... 조기 진단이 생명”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일교차가 큰 환절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 이유 없는 고열과 오한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몸살이 아닐 수 있다. 대부분의 감염 질환은 시간이 지나면 면역 체계에 의해 진정되지만, 오히려 면역 체계가 조절 능력을 잃고 자신의 몸을 파괴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 있다.

바로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HLH)’이다. 이 질환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사율이 높아 ‘골든타임’ 내에 종양혈액내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Hemophagocytic Lymphohistiocytosis, 이하 HLH)은 체내 방어 기제인 면역세포(T세포, 대식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본래 바이러스를 잡아야 할 대식세포가 우리 몸의 필수 성분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잡아먹는(탐식)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건국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이홍기 교수는 “HLH는 면역 체계가 브레이크 고장 난 기관차처럼 폭주하며 전신에 극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라며 “이 과정에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 발생해 간, 폐, 뇌 등 주요 장기를 순식간에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 감기인 줄 알았는데 ... 고위험군과 증상 체크리스트

HLH는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유전자 결함에 의해 영유아기에 주로 나타나는 ‘가족성(일차성)’과 감염, 악성 종양, 자가면역질환 등에 의해 촉발되는 ‘이차성’이다. 성인 환자의 경우 주로 바이러스 감염(EB바이러스 등)이나 림프종 같은 혈액암이 트리거(Trigger, 방화쇠)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홍기 교수는 “성인 HLH 환자는 기저 질환이나 암과 연관된 경우가 많으므로 단순 열병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면역력이 약해진 중장년층이나 암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아래와 같은 위험 신호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증상은 ▲38.5도 이상의 고열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며 해열제로 조절되지 않음, ▲빈혈로 인한 극심한 어지러움과 전신 쇠약감, ▲지혈이 잘 안 되거나 피부에 이유 없는 멍이 생김(혈소판 감소), ▲상복부(간 또는 비장 부위)가 붓거나 딱딱하게 만져짐, ▲눈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으로 이 중 상당수가 해당한다면 지체 없이 종양혈액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HLH가 의심될 경우, 종양혈액내과에서는 다각적인 검사를 시행한다. 일반적인 혈액 검사 외에도 혈액 내 페리틴(Ferritin, 철분 저장 단백질) 수치와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한다. 가장 중요한 진단 방법은 골수 검사다. 골수 내에서 대식세포가 혈구 세포를 잡아먹는 ‘탐식 현상’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홍기 교수는 “진단이 늦어질수록 장기 부전으로 진행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며 “초기에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항암 화학요법을 사용해 면역 폭주를 잠재워야 하며, 원인 질환인 림프종이나 감염증에 대한 병행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만약 재발 위험이 크거나 유전적 결함이 확인된다면 조혈모세포 이식(골수 이식)을 통한 근본적인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

◇ 일상 속 예방법

HLH는 예방이 쉽지 않은 희귀 질환이지만,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생활 습관이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교수는 고단백 식단과 충분한 수면, 그리고 철저한 위생 관리를 권고했다. 바이러스 감염이 질환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어 이홍기 교수는 “HLH는 병명조차 생소해 환자와 가족들이 큰 공포를 느끼지만, 조기에 발견해 종양혈액내과 전문의의 체계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완치에 도전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몸이 보내는 고열이라는 신호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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