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웹툰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게임화 시도가 늘고 있다.
웹툰 IP를 다양한 채널로 확대하려는 웹툰 업체들과, 게임화를 통해 2차적인 시너지를 기대하는 게임 업체들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특히 올 들어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 업체들이 웹툰 캐릭터와 세계관을 내세운 게임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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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최근 자사 대전액션게임 ‘사이퍼즈’의 신규 캐릭터로 네이버웹툰 ‘신석기녀’의 주인공 ‘숙희’를 선보였다. ‘신석기녀’는 네이버웹툰에서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2년간 연재된 작품이다. 완결 이후 북미, 중국, 대만, 태국 등 해외에 연재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신석기녀’는 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IP다. ‘숙희’는 와이랩의 자체 슈퍼 히어로 세계관인 ‘슈퍼스트링’에서도 대표 캐릭터로 꼽힌다. 넥슨 ‘사이퍼즈’에선 강력한 힘과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탱커 포지션으로 등장한다. 게임 속 ‘숙희’는 웹툰 속 특징을 그대로 반영했다.
넷마블(251270)은 올해 신작으로 카카오웹툰 ‘나혼자만 레벨업’ IP를 활용한 동명의 게임을 준비 중이다. 웹툰 제공업체는 디앤씨미디어로 넷마블과 게임을 공동 개발한다. 장르는 액션 RPG로 차세대 카툰 그래픽으로 웹툰의 감성을 살릴 예정이다.
‘나혼자만 레벨업’은 웹소설이 웹툰, 게임까지 확장된 IP로 지난해 10월까지 웹툰과 웹소설을 합해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40억회에 달하는 흥행작이다.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엔프앤씨는 11일 국내 웹툰 업체 키다리스튜디오와 게임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1세대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봄툰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양사간 협력으로 웹툰 IP를 활용한 게임 공동 개발 및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추진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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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게임간 교류는 이전에도 이뤄져 왔지만 최근 들어 더 활발한 모습이다. 국내 웹툰 IP의 급성장에 따라 유명 웹툰의 캐릭터나 세계관을 활용,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웹툰은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등을 중심으로 북미, 유럽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진’ IP들이 탄생하고 있다. 반면 국내 게임 업체들의 IP는 상대적으로 해외에서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등 일부 성공한 게임 IP를 제외하면 해외에서 이용자를 끌어들일만한 IP가 많지 않다. 넷마블 같은 게임 업체들이 최근 전략적으로 웹툰 및 웹소설 IP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웹툰 업체들도 게임 업체들과의 협업은 긍정적이다. 과거 웹툰 업체들은 웹툰 IP를 활용해 자체적(외주 포함)으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는 시도를 했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게임성 문제였다. 자사 웹툰 IP를 다양한 채널로 확장해 이용자들을 늘려야 하는 웹툰 플랫폼 입장에선 대형 게임 업체들과의 협력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국내 웹툰 플랫폼 한 관계자는 “기존에 자체 웹툰 캐릭터나 IP를 살리기 위해 소규모로 게임을 제작하는 사례들이 있었지만 철저히 이용자들에게 외면당했던 건 사실”이라며 “웹툰 업체들은 최근 드라마, 영화, 예능 등 포맷에 구애받지 않고 IP를 확장하는데 집중하고 있는만큼 게임까지 확대된다면 파급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정부도 나서 웹툰 IP를 활용한 게임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네이버웹툰, 구글플레이가 추진하는 ‘웹툰 IP 연계 게임 제작지원’이 대표적이다. 중소 게임 업체들을 대상으로 네이버웹툰의 주요 웹툰 IP 8종을 제공, 모바일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골자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도 결국 IP가 핵심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주효할 IP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또한 메타버스와 NFT 등 블록체인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인 국내 게임사들 입장에선 팬덤이 구축된 웹툰, 웹소설 IP는 매력적인 부분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