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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후 10만원대로 내려앉은 현대차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보다 6.28% 오른 11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규모 인사를 발표한 장 초반에는 12만1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086280)(9.62%), 현대모비스(012330)(9.01%), 현대위아(011210)(7.96%), 기아차(3.03%)도 오랜만에 큰 폭의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이날 현대차그룹의 사장단 인사 발표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체제가 개편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 소식이 이어지며 현대차그룹 주가는 겹경사를 맞았다. 현대차그룹은 전날인 11일 수소 및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 ‘FCEV 비전 2030’을 공개하고 2030년 국내에서 연간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차 역시 그룹 체제 개편 기대감과 더불어 중국 시장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내년 신차 모멘텀을 강화할 예정인 데다 중국 전용 SUV라인업을 확대하고 딜러망 개선을 통해 회복세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중국 시장 내 판매율 부진으로 올 들어 주가가 내리막을 탔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 급감했고, 기아차는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하긴 했지만 시장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기아차는 지난 10월 25일 연중 최저점을 찍는 등 10월 한 달 동안 17.32% 하락했고, 현대차 역시 10월 17.44%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장중 9만 2500원까지 내려가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현대차가 10만원대 아래로 내려앉은 건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여러 신용평가사들은 두 회사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춰 잡기도 했다.
◇ 지배구조변화…주가상승 모멘텀 될까
증권가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향후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와 신차 판매 호조,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비전 발표가 이날 주가를 끌어올렸다”며 “다만 내년 완성차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두워 가시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보단 지배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 부회장이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차의 수소차 투자확대도 호재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차는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 이동수단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며 “수소전기차 개발이 시작단계로 2025년 전후 본격적인 시장 형성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현대차그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로컬 자동차 시장은 관세 장벽 뿐 아니라 보조금정책·개별소비세 인하 등 비관세 장벽에 의해서도 보호되고 있는데, 미국 측과 협상을 위해 로컬 브랜드 지원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음에도 중국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중국 자동차 시장이 개방될 경우 비관세 장벽으로 인한 판매 타격이 컸던 현대차·기아차, 이중에서도 부품사 대비 완성차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은 기아차가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