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건 없는 대북 대화' 발언에 中 '쌍중단' 힘받나

김인경 기자I 2017.12.13 17:34:54

中 외교부 "환영" 표하며 쌍궤병행·쌍중단 재차 언급
한중정상회담 테이블에도 '쌍중단' 오를 가능성 고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1일 오후(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베트남 다낭의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반갑게 웃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강경 자세로 일관하던 미국이 북한에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가운데 중국이 ‘쌍중단(雙中斷·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한국과 미국은 연합훈련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더욱 강도 높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4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이 쌍중단을 언급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3일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측이 북한에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한 데 대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생각과 제안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을 제안한 바 있다”며 “양측이 마주보고 의미있는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첫 만남을 가질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과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북한에 첫 번째 폭탄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매체들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빠르게 보도했다. 중국 중앙(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은 미국이 이제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 포기를 대화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점을 언급하며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크게 양보한 것이라 해석했다. 환구시보의 온라인판인 환구망 역시 “틸러슨 장관은 외교적 수단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미뤄볼 때 ‘대화’을 강조하던 중국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발판으로 쌍중단을 한층 더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쌍중단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은 쌍중단이 북핵문제를 풀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이라며 지난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쌍중단을 언급했고 최근 들어 우리 정부에도 적극적인 호응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나 미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자위권이며 합법적인 활동인 만큼 불법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같은 선상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쌍중단을 언급하며 “한국과 중국은 북핵문제에 입장이 같다”고 말하자 정부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자세를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솔솔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수차례 ‘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 핵 폐기는 대화의 출구’라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하며 유연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기존과 다른 긴급 처방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내년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미루는 방안을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가 쌍중단에 호의적인 자세를 취하면 미국 역시 불만을 피력할 수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직후 “쌍중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11일 한국을 방문한 토마스 피커링 전 미국 국무 차관은 “장기적으로 북한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하려고 한다”며 “(쌍중단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AFPB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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