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가 친박계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정현 의원이 신임 당 대표에 선출된 것은 물론 최고위원 선거도 사실상 싹쓸이했다. 최고위원에는 조원진, 이장우, 강석호, 최연혜 의원과 청년 최고위원에 유창수 후보가 선출됐다.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인 강석호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가 친박이다.
전대 막판 비박계가 주호영 의원을 혁신단일후보로 내세우면서 맹추격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정현 신임 당 대표는 총선참패에 따른 친박 책임론과 KBS 보도개입 녹취록 파문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사상 첫 호남 출신 당 대표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새누리당은 이번 전대를 통해 당 주도세력이 친박계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총선참패 책임론에도 화려하게 부활한 것. 비박 단일후보인 주호영 의원이 승리했다면 새누리당이 전대를 기점으로 혁명적 수준의 변화를 겪었겠지만 상대적으로 완만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전대 결과에 따라 내년 대선국면에 대비한 차기 주자들의 셈법도 보다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파공방·오더투표’ 전대 후유증 극심…이정현 대표 ‘화합’ 강조
새누리당의 이번 전대는 이른바 비박의 ‘보이는 손’과 친박의 ‘보이지 않는 손’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보이지 않은 손의’ 승리로 끝났다. 이정현 대표의 개인기에 친박의 조직력이 위력을 발휘한 것. 비박계는 주호영,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단계적 단일화를 거쳐 주 의원은 최종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특히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비주류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전대 하루 전인 8일 주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할 정도였다.
비박계와 달리 친박계는 조용히 움직였다. 특히 비박이 단일화를 이룬 가운데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등 친박 후보들이 완주 의사를 밝히면서 당권장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막판 극적 승리를 거둔 것.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선전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전대 과정에서 친박·비박간 갈등이 극심했다. 공천파동, 혁신위 좌초, 유승민 복당, 총선백서 발간 등의 과정에서 이어온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전대를 전후로 불거진 계파갈등을 효과적으로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앞으로 친박·비박은 없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시금석은 이 대표의 당직 인사다. 과거 집단지도체제에서 벗어나 새누리당이 단일성 지도체제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역할과 권한은 막강하다. 그동안 사무총장, 대변인, 전략기획본부장, 홍보본부장, 여의도연구원장 등 핵심 당직인사는 최고위원회 합의사항이었지만 이제 당 대표의 권한이 됐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주요 당직을 독식할 경우 또다시 논란의 불씨는 불거질 수 있다.
◇반기문 ‘탄탄대로’ vs 김무성 ‘이를 어쩌나’…당청관계 큰 변화 없을 듯
이번 전대는 미리보는 대선후보 경선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전대 결과가 내년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이는 20대 총선 참패와 계파갈등에 대한 심판론적 성격도 없지 않았지만 내년 대선 국면에서 정권재창출을 주도할 최고의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 특히 신임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유력 차기주자들의 득실도 엇갈린다.
친박계의 전대 승리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내년 대선국면에서 탄탄대로를 달리게 됐다. 지난 5월 방한 이후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확산된 데다 본인에 우호적인 계파가 당권을 잡았기 때문. 반면 비박계 주자들은 비상등이 커졌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힘든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리모컨 정치’라는 비난에도 전대에 적극 개입해온 김 전 대표는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아울러 당청관계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없이 현재의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가 과거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청와대와의 지나친 차별화 카드는 꺼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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