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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시선]삼전닉스發 신계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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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06.09 12:05:25

주식·성과급 대박은 남의 일
대다수 서민 소득은 제자리
K자 양극화 심화하지 않도록
부동산·물가·금융 아우르는
정교한 정책설계 마련 시급

[이데일리 김영수 총괄에디터]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부장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1억원에 가까운 마이너스대출 한도가 턱밑까지 차올라서다. 씀씀이를 줄인 것 같은데 왜 이럴까. 카드 지출 내역을 보니 이유를 알았다. 석달새 9%나 오른 계란 한 판(30구)값은 8000원에 이른다. 채소뿐 아니라 돼지고기 등 식료품값도 줄줄이 올랐다. 6년전 내 집을 마련할 때 연2.5%대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7%로 뛰어 매월 내던 이자가 65만원 더 불어났다. 지난해 서울 유명 사립대학교에 입학한 첫째아이 등록금은 한 학기에 1000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한 후배는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물어보니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에 투자해 대박이 낫단다. 최근 5개월간 투자해 연봉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며 너스레를 떤다. 마이너스 대출 메우기에도 바쁜 김부장은 소액 투자도 엄두가 나지 않아 씁쓸한 따름이다.

김부장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2년 2개월래 가장 높은 3.1%로 뛴데다 휘발유는 리터당 2000원안팎에서 떨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 1분기 4인 가족 식비는 141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2.1%)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가 뉴노멀(새 기준)이 되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찔할 지경이다. 이란전쟁 여파, 외국인 주식 매도 폭탄, 미국의 추가 관세위험 등으로 고물가·고유가·고환율이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고 있다. 더구나 트리플 악재는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에 한은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으로 주담대 등 금리가 더 오르면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게 뻔하다. 반면 삼전닉스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싱글벙글이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사이클이 몇 년간 더 지속될 경우 삼전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수백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들이 가져갈 ‘N% 성과급’은 넘사벽 수준이다.

그런데 대다수 서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지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과반을 차지하는 삼전닉스 이외 기업에 다니는 대다수 직장인들의 소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을 들여다보면 확연하다. 올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3.6%로 1분기 기준으론 2014년(3.8%) 이후 가장 높았지만 가계의 실질 소득 증가율은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 덕에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가계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 적자액은 43만 8000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 5000원으로 2022년 이후 같은 분기 기준 가장 많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달갑지 않은 금리, 환율, 유가 등 관련 지표들만 본다면 소득격차 확대에 따른 양극화는 더 커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삼전닉스발(發) ‘K자 양극화’가 심화할 경우 삼전닉스에 다니는 이와 안 다니는 이, 삼전닉스 주식을 가진 이와 못 가진 이, 반도체 벨트에 집을 가진 이와 못 가진 이 등 신계급사회가 펼쳐질 우려마저 나온다. 이같은 상황이 고착화한다면 상위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뒤집어 말하면 K자 양극화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전월세 등 부동산 안정 대책뿐 아니라 고물가, 금융 취약계층 등을 아우르는 정교한 정책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은 투표 결과는 서민들의 고통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청은 우리사회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풀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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