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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출마 자격시험이 도입된 건 10년 전인 2049년이다.
2025년 4월 20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취임한 21대 대통령부터 25대 대통령까지, 25년간 5명의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자 삼성, 현대차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잇따라 생산공장을 해외로 이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65세 정년연장, 노령기초연금 확대 등 베이비부머 세대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세수는 줄고, 재정 지출은 급증했다.
정부는 악수를 뒀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법인세율을 높이고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부유세를 도입했다. 후폭풍이 이어졌다. 기업들은 해외 이전을 가속화했고, 세금폭탄을 피해 이민을 떠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으로 본사 이전을 결정하자 정치권에선 책임소재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연속된 경제정책 실패로 국정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당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8%, 체감 청년실업률은 35%를 넘겼다. 대통령이 경제에 무지한 탓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대통령 자격시험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여론에 등 떠밀린 정치권은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 67조에 ‘대통령 후보자는 국가가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에 한하여 등록할 수 있다. 자격시험의 내용과 방법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대통령 출마 자격시험은 두 과목이다. ‘국가경제론’과 ‘사회통합론’. 시험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대통령후보자격검정원’에서 주관한다.
올해 치러진 국가경제론 시험에서는 재정정책 분야에서 ‘증가하는 고령자 복지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조세정책 방향’과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분야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편입 방안’이 킬러 문항으로 꼽혔다.
사회통합론 시험에서는 ‘지역 내 외국인 노동자 집단 유입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민참여형 통합정책을 설계하라’는 문제를 두고 다문화 정치인들이 창당한 ‘공존과희망당’ 대통령 후보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문제라는 비난에 출제위원장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 출마 자격시험 도입 이후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선 비밀과외가 성행하고, 수천만원씩 수강료를 받는 쪽집게 일타 강사가 등장했다.
자격시험을 정계 진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정치 지망생이 폭증하자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부작용 또한 작지 않다. 고학력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자격시험 도입 이후 경제가 안정을 찾고, 극으로 치달았던 사회 갈등이 잦아든 덕에 자격시험 존폐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선 ‘존속해야 한다’는 응답이 80%를 넘는다.
-불가능한 얘기지만 대통령 출마자 자격을 심사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써본 글이다. 차기 대통령은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자격을 갖춘 이 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