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트레이트웹에 따르면 런던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영국 5년 만기 국채금리는 4.535%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4%에도 못 미치고 있는 동일한 만기의 그리스와 이틸리아 국채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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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에서도 전날 1.0327달러까지 하락하면서 지난 1985년에 세웠던 역대 최저치를 새로 쓴 파운드화는 종가에 1.0525달러까지 반등했지만, 월요일 장이 시작하자마자 다시 1.04달러를 깨고 내려갔다.
이는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파격적인 감세안을 내놓은데 따른 것으로, 지난 23일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이 발표한 ‘미니 예산안’을 보면,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세율이 19%로 1%포인트 낮아진다. 특히 15만파운드, 원화 약 2억4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현행 45%에서 40%로 내려간다.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포함한 인지세도 크게 줄어든다. 인지세를 내야 하는 부동산 가격 기준이 원화 약 1억9000만원에서 3억8000만원으로 두 배나 높아진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2020년 폐지한 해외 방문객의 면세 쇼핑도 부활하고, 앞으로 6개월 간 94조원을 들여 에너지 요금도 지원한다. 무엇보다 현행 19%에서 25%로 올리려던 법인세 인상 계획은 아예 백지화했다.
이에 대해 영국 재무차관을 역임했던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최근의 파운드화 하락이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으로 착각해선 안된다”고 지적하며 “이는 새 총리가 내놓은 극단적으로 위험한 감세안과 모든 명백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마지 못해 기준금리를 올린 소심한 영란은행에 의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트러스 내각의 감세안으로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그는 지난 24일 트위터에 “영국 경제가 1970년대로 돌아가 신흥국처럼 평가받기 시작했다”며 “(영국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불황)과 결국엔 IMF 구제금융을 구걸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