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현장 애로를 듣고 있는 한국무역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협회는 기업의 어려움을 접수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이슈와 외교 문제까지 연결된 공급망 문제가 대부분이다 보니 기업의 문제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처럼 재계에서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푸념한다. 원자잿값 상승과 물류대란, 원자재 수급 부족 등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며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원회에서 공급망에 대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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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산업계는 전방위적으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염재호 SK(주) 이사회 의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밸류체인 정보를 수집·제공하며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콘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집에서 산업통산자원부 등에 분산된 공급망 전체 상황을 종합 재정비해 통상교섭본부의 공급망 운영 관련 무역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인수위에서는 아직 공급망 관련 컨트롤타워에 대한 정확한 방향성을 잡지는 못한 상태다. 산업부와 외교부 간 통상업무를 둔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통상업무를 따로 떼어낸 독립기구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산업 현장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조직을 바란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간 업계와 밀착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대응도 빨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앞으로 공급망 이슈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이슈,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등 다양한 외교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제1공약이 ‘한미동맹 강화’인 만큼 미국과 동맹 강화에 따른 공급망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21일 윤 당선인과 만나 “최근 무역 질서가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 기업에 전략적 투자처로 더 의미 있는 국가로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해 산업과 연결된 대미 통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균형 외교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을 고사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은 아닐 것”이라며 “양자택일보다는 세부적인 부분을 살피며 우리가 할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 5% 日과 관계회복도 필요”
한편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요소수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부에서 호주와 핵심광물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하기로 한 내용은 더 강화하는 한편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무역갈등 이후 교역이 감소한 일본과도 관계 회복에 나서달라는 얘기도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해외 자원 확보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은 자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자원 개발에도 대거 참여하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해 직접 투자한 금액은 120억달러(약 14조6160억원)에 이른다. 세계 주요 30개 광물 중 66%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우리와 교역이 없었던 남미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세계 각지로 교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 우리 전체 수출의 5%를 차지하는 일본과 교역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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