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더 나은 미래, 민주당이 함께합니다’라는 총선 공약집을 내놨다. 대표적인 공약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1호 공약으로 공동 발표한 복합쇼핑몰 출점·영업시간 규제다. 도시계획단계부터 복합쇼핑몰 입지를 제한하고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포함해 세부 실천 과제에는 대기업 규제만 가득하다는 볼멘소리가 재계에서 나온다.
민주당과 한국노총이 지난달 발표한 공동 약속에도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노동관계법상 권리 보장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 사회 보장과 노조 활동 권리 보장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추진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제도화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공약이 대거 포함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며 “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내건 대기업 규제와 친노동 공약이 대거 입법화하면 기업들에 적잖은 경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보수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인세율·상속세율 인하와 같이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주는 법안은 입법이 요원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총선 압승을 계기로 그동안 각종 부작용으로 주춤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자영업자 부담이 실업자 증가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이같은 정책을 강화할 여건이 다시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의 친노동 정책 추진이 제한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투자와 고용을 책임지는 기업의 부담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말 걱정은 코로나19 위기가 지나면 연말 IMF 수준의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말 IMF(외환위기)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밖에 믿을 곳이 없을테고, 그래서 포퓰리즘을 쓰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선 직후 경제단체들이 발표한 논평에도 새 국회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야하는 시기에 21대 국회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견실한 경제발전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어려움에 처한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규제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