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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청와대 지시에 움직인 정보경찰…檢, 강신명·현기환 등 기소

이승현 기자I 2019.06.03 16:25:25

靑 정무수석실·경찰 수뇌부 8명 재판 넘겨져
16년 총선 노골적 개입 외에 정부비판 인사 사찰·견제 활동
'점수의 노예' 승진점수 평가로 정보경찰 통제
"박근혜 개입 확인 못 해…수사권 조정과는 무관" 강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왼쪽) 전 경찰청장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노골적 지시에 따라 정보경찰에 각종 불법정보를 생산토록 한 당시 경찰 수뇌부와 청와대 인사가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수뇌부는 상명하복 시스템과 승진점수 등 업무평가를 악용해 정보경찰이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움직이도록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3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당시 이철성 경찰청 차장과 김상운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경찰청 정보심의관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현기환 수석과 박화진 치안비서관,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4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8명은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여당과 이른바 ‘친박’ 후보의 승리를 위해 정보경찰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결과 현기환 수석의 정보활동 지시를 치안비서관이 받아 경찰청 정보국에 여과없이 전달하면 경찰 수뇌부는 일선 정보경찰에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과 ‘지역별 선거 동향’ 등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활동을 지시했다. 현 전 수석은 대통령 및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강조사항 등을 확인한 뒤 정보활동을 지시했다.

정보활동 결과는 취합 후 정책자료 등으로 작성돼 다시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현 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정보국 산하 정보분실 소속의 외근 정보경찰관은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과 정당, 노총, 검찰, 법원, 종교계, 언론·방송계, 시민단체 등을 상시적으로 출입하며 매일 동향을 보고했다.

정보경찰은 2012~2016년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이고 반대 입장을 보이는 진보 성향 교육감과 국가인권위위원회 일부 위원 등을 이른바 ‘좌파’로 규정해 사찰하고 견제 및 압박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경찰은 △언론사 노동조합 동향 파악 등 정보활동 △진보 교육감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견제 목적 정보활동 △좌파 성향 연예인 동향 파악 등 정치중립 의무 위반 활동도 했다.

청와대와 경찰 수뇌부는 정보경찰을 점수 평가로 관리하며 쥐락펴락했다.

청와대 관심사에 맞지 않는 정보경찰의 보고서는 내부보고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이 경우 해당 정보경찰과 분석관은 가점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검찰은 누적 평가가 정보경찰 개인을 넘어 부서 및 소속 경찰서의 기관 평가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상부의 지시나 요구가 있으면 부합하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일부 정보경찰은 스스로를 ‘점수의 노예’라고 한탄하며 본청 정보국에서 자신의 정보문서가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위법한 정보수집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다만 현 전 수석의 윗선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증거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된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사건 수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은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이 지난달 강신명·이철성 두 전직 경찰청장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경찰 내부에선 ‘망신주기’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경찰에서 자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라며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로 국가정보기관의 국내 정치개입과 사찰 등 반헌법적 행위가 근절되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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