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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한·일 국방당국이 싱가포르에서 일본 초계기 관련 사안에 대해 실무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인데 회의 내용과 결과는 회의가 종료되는대로 양측이 협의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측에서 회의 종료 후 보도를 요청한 것으로 우리 정부는 이에 합의했다. 우리 측에선 부석종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해군 중장)과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일본측에선 히키타 아쓰시 통합막료부(우리의 합참) 운용부장(항공자위대 중장)과 이시카와 타케시 방위성 방위정책국장이 각각 대표로 나섰다.
하지만 이날 1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던 오후 12시에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한국 구축함 사격 관제용 레이더 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한국 방위당국의 협의가 14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일본측은 객관적인 증거로서 자위대의 전파 기록을 제시하는 것도 포함해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자국 언론에 대한 협조도 구하지 않은채 한국 언론에만 이를 강요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회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회의는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 양국 어느쪽에서 열리는 것도 공정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제3국을 선택한 것이다. 회의도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주싱가포르 한국대사관에서, 오후 2시(현지시간) 주싱가포르 일본대사관에서 나눠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20일 레이더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첫 대면 협의다. 양국은 지난달 27일 레이더 갈등 해소를 위해 화상으로 실무급 회의를 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당시 일본은 사실관계 확인과 기술적 분석 등을 협의하기로 해놓고 다음 날 ‘한국 해군 함정에 의한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 사안’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며 일방적 주장을 계속했다.
일본은 계속해서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우리 함정이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한다. 우리 군 역시 사격통제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본의 초계기가 낮은 고도로 위협 비행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NHK는 이날 협의 관련 추가 보도에서 한·일 간 갈등이 한·미·일 3자 협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감안해 사태의 조기 수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본 측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