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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협의 없었다는데…국방부, '마린온' 사고조사 발표 연기 '왜?'

김관용 기자I 2018.09.17 14:55:30

국방부, 당초 유족설명회 다음날 결과 발표 계획
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 겹치자 돌연 연기
유족들과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일정 협의했다지만
유족 "언론 발표 날짜 조율 없었다, 17일로 알고 있어"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7월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으로 장병 5명이 순직한 가운데, 중간 조사결과 발표가 돌연 연기돼 궁금증을 낳고 있다. 국방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21일 조사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마린온 사고 유가족 설명회가 예정된 16일을 전후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마린온 추락사고의 원인을 조사해 온 ‘민·관·군 합동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인 ‘로터 마스트’라는 일부 부품 불량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이는 에어버스 헬리콥터에 로터 마스트를 납품한 유럽의 하청업체가 제조과정에서 열처리 공정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균열이 발생하면서 사고 헬기 시험비행 당시 이륙 4~5초 만에 메인로터(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갔다는 분석이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기가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해병대]
국방부와 민·관·군 합동 사고조사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지난 16일 유가족에게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를 언론에 사전 발표하는 방안과 17일 사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유족 설명 전에 언론 발표가 이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따라 지난 13일까지만해도 국방부는 17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14일 돌연 일정 변경을 언급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마린온 사고조사 결과 발표 일정에 대해 “유가족 협의 중이라, 협의가 끝나면 말하겠다”면서 “(일정이)조금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고선 16일 기자들에게 17일 발표는 어렵고 21일에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린온 사고로 순직한 박재우 병장(20)의 삼촌 박영진 변호사는 “지난 주 초(10~11일께)에 14일 합동 사고조사위원회 회의가 있고 16일 유족설명회, 17일 언론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공지를 받았다”면서 “언론 발표 일정을 유족들과 협의한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9일 한 방송사의 마린온 사고 원인 관련 보도에 대해 “사고 기체가 이전에도 진동이 심했던 이유, 화재가 왜 일어났는지, 시험비행에 전체 인원을 다 탑승시킨 이유는 뭔지 등에 대한 조사없이 로터 마스트 불량으로 사고조사를 끝내면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16일 유가족 설명회에서도 이같은 의견을 개진했고, 조사위원회가 수긍해 별 이견없이 종료됐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17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국방위 소속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오늘 마린온 추락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연기된 사유는 무엇이며 누가 연기를 지시한 것이냐”고 질의한데 대해 국방부는 “일부 민간위원 및 유족이 발표내용에 대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조사결과를 보완해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기로 의견을 조율했다”고 답변했다. 국방부가 유족과의 협의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자체 판단에 따라 언론 발표 일정을 결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미룬건 17일 진행된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관련 질의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남북정상회담 직후, 추석 연휴 직전인 21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입장자료를 통해 “일부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조사결과를 보완해서 이른 시일 내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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