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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표단의 방남에 따른 남북대화 진전에 대한 평가 및 후속조치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서두르기보다는 잠시 호흡을 멈추고 현 단계에서 최적의 대응방안을 찾기 위한 신중모드를 선택한 것이다. ‘평창올림픽 이후’를 내다보며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고차방정식 해법 마련에 들어간 셈이다. 섣부른 입장 발표는 국내외적으로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키면서 오히려 대화국면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文대통령, ‘신중 또 신중’…대화 기조 이어갈 ‘대북특사’ 고심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주요 이슈와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무대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와 국무회의를 선택했다. 수보회의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밝힌 것이다. 지난 5일 수보회의에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입장을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주 수보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후속조치를 주문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만 12일 수보회의는 울산과학기술원 현장 방문을 이유로 생략됐다. 13일 국무회의에서도 북한문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설 민생대책 △내수증진 대책 △반부패 대책 등 국내 현안만 언급했다. 북한 대표단의 방남이라는 메가톤급 이벤트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침묵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시급히 다뤄야 할 사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대화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 성사를 주도할 대북특사를 선정해야 한다. 임종석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거론되는 가운데 깜짝 히든카드가 제시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 시기와 형식, 북미대화 재개 등에 대한 입장도 정리해야 한다.
◇미·중·일·러 등 한반도 4강과 조율…안정적 대화국면 기반 조성
표면적인 남북관계의 급물살에도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남북대화’를 북한의 일방적인 평화공세에 놀아나는 대북 퍼주기라는 국내 보수층의 반발이 적지 않다. 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문제 주요 당사국과의 의견 조율도 필수적이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또는 탄도미사일 도발 당시 정상통화를 통해 난국을 풀어나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통화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주변 4강으로부터 남북대화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를 이끌어낸다면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 구상은 보다 탄력을 낼 수 있다. 특히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 또는 축소, 북한의 핵동결 또는 비핵화 조치 이행 등 양대 난제가 극복되지 않으면 남북대화가 진전되기도 어렵다. 문 대통령은 줄곧 북미대화 재개와 북핵문제의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3일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도 남북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과 대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