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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그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닐 고서치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는 21일(현지시간) 인준청문회에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대법원은 과거 적법한 권리들은 미국의 불법이민자들에게조차 해당한다고 했다. 나는 특정 믿음에 치우치지 않고 두려움 없이 적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헌법이 있다. 그리고 헌법은 자유로운 (종교) 의식과 법의 평등한 지배를 보장한다”면서 “나는 사실과 법에 따라 판결한다. 법이 요구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하와이주(州)와 메릴랜드주 연방법원이 제동을 건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하와이주와 메릴랜드주 연방법원은 지난 16일부터 발동할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수정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백악관은 “잘못된 판결에 항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며 필요하면 대법원 판결까지라도 가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진보와 보수가 각각 4명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고서치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의 명운도 결정된다는 얘기다.
고서치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을 달리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선 낙태 문제와 관련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결을 뒤집을 것을 요구할 경우 “(대법원) 문밖으로 나갈 것이다. 판사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대답했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부활에 대해서도 “우리는 고문을 금하는 협약에 가입해 있고 그러한 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수감자에게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모멸적인 대우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모두 발언에서도 “나는 장애 학생, 수감자,노동자, 불법 이주민들을 위한 판결을 내렸다. 또 어떤 때에는 그들에게 반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면서 특정 이념이나 세력의 이익을 위해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서치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얻으려면 100명의 의원들 중 60명이 찬성을 해야 한다. 이는 과반만 넘기면 되는 다른 내각 후보자들보다 높은 기준이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52석, 민주당이 48석을 차지하고 있다. 고서치는 “나는 결코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판단에 따라 판결을 내린 적이 없다. 법과 사실에 대한 판단으로만 판결을 내렸다. 내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전하고 싶은 것은 내가 공정한 판사라는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고서치의 인준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화당에겐 단순한 다수 표결로 규칙을 바꿀 수 있는 핵 옵션이 있어서 민주당이 고서치의 인준을 저지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