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트럼프 `실리` 對 시진핑 `명분`…자국이익 놓고 충돌 우려

김경민 기자I 2017.01.18 16:06:16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명실상부한 글로벌 양강(G2)으로 올라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어째 상황이 낯설다. 자유무역의 수호자였던 미국 백악관 새 주인은 보호무역을 역설하는 반면 그동안 자국시장 개방에 폐쇄적이던 중국 최고 지도자는 그 대척점에 섰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실리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명분간 정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시진핑에게 보이는 오바마의 그림자…트럼프와 대척점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시 주석은 세계 정치, 경제 지도자들 앞에 자유무역 전도사로 나섰다. 개막연설에서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같다”며 “암실은 비바람을 막아줄 것처럼 보이지만 햇빛과 공기까지 막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전쟁을 치르면 양측이 부상과 손실을 입는 것”이라며 승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중국산(産) 제품에 폭탄 과세를 부과하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시 주석은 그동안 미국이 강조해왔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50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경제 세계화’라는 단어를 10번 이상 언급했다. 그는 “중국의 발전은 세계의 기회”라면서 “중국은 단순히 세계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공헌자”라고 말했다.

반대로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산업 보호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 견제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상황이다. 트럼프는 시장을 장악한 저가 중국제품과 한국산 전자제품, 일본산 자동차 그리고 정보기술(IT)업계에서 다수를 차지한 인도계 등에 대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카드를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무역수지 적자 주범으로 중국을 꼽고 중국이 미국인 일자리를 훔쳐가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멕시코산 상품에 최고 35%까지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했고 중국과 한국산에는 이보다 높은 45%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다른 레토릭, 결국은 하나의 꿈…G2간 무역전쟁 번질라

두 나라 수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양측 모두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동일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트럼프 당선인은 더 직설적인 화법을 쓴 반면 시 주석은 글로벌 경제질서의 지도국 자리를 넘보면서 본심을 숨겼다는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시장 개방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국이 시장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치체제는 엄연히 사회주의여서 상층부의 의도에 따라 시장경제 시스템이 언제든 왜곡될 수 있다. 보호주의 배격을 중국이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중국의 평균 관세율은 9.8%로 미국의 3.5%보다 훨씬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사설을 통해 “세계 경제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가 공약대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인다면 엄청난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로렌스 프리드먼 킹스칼리지 명예교수는 “중국이 세계 지도자 자리를 꿰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그동안 중국의 꿈을 주장해왔던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것으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세계 1, 2위 경제대국간 경제 마찰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 초대 상무장관에 발탁된 윌버 로스 내정자가 “나는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사람(anti-trade)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다만 해외 교역상대국들이 쓰는 악의적인 무역관행이나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 등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양국간 갈등이 최악의 상황까지 번지진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제공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