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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외무 "호르무즈는 예고편…美中 충돌 땐 말라카가 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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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4.23 10:30:36

호르무즈와 말라카 비교하며 해상 길목 중요성 부각
말라카 최협부 2해리 vs 호르무즈 21해리
"美中 양자택일 거부…국익 우선, 이용당하지 않을것"
이란戰 충격 말라카 전이시 한국도 안심할 수 없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중국이 태평양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일은 ‘예행연습’에 불과할 것이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CNBC 컨버지 라이브’ 행사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 압박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싱가포르의 장기적인 국익에 따라 행동하며, 워싱턴이든 베이징이든 어디든 ‘노’(NO)라고 말해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는 유용한 존재가 되겠지만, 이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 (사진=AFP)
해상 길목 중요성 부각…말라카와 직접 비교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번 전쟁과 관련해 “길목(초크포인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며 싱가포르가 세계 핵심 무역 동맥 가운데 하나인 말라카 해협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해상 길목 봉쇄가 동남아시아 핵심 항로인 말라카 해협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말라카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은 2해리(약 3.7㎞)로, 호르무즈 해협(21해리·약 38.9㎞)보다 훨씬 좁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한 사례가 다른 길목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그는 “위험은 존재한다”면서도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말라카 연안국들은 해협 개방을 유지하고 통행료를 걷지 않는 것이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에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운영한다고 분명히 했다”며 “모든 이의 통항권은 보장돼야 한다. 우리 인근 해역을 봉쇄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뢰가 거래비용 줄인다”…예측 가능성 강조

미국은 싱가포르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으로, 600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양국 간 상품무역은 미국이 약 36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싱가포르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며, 싱가포르는 중국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양국과 모두 관계를 맺고 있어 미·중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중동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국가 간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서 “신뢰는 거래비용을 낮추는 수단”이라며 “예측 가능하고 한결같으며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에는 진짜 가치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간킴용 싱가포르 부총리도 이날 기조연설에서 “신뢰는 더 이상 당연하게 가정할 수 없으며 새로 쌓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발라크리쉬난 장관의 발언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며, 중동산 원유와 천연가스 역시 같은 길목을 지나 국내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봉쇄로 이미 에너지·물류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해 말라카 해협까지 흔들릴 경우 충격은 곧바로 한국 경제 전반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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