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 줄 알았더니.. 강남 한복판 650억 타짜 소굴(종합)

황병서 기자I 2024.11.06 13:27:35

국내 총책 구속·나머지 33명 불구속 송치
필리핀 카지노 영상 생중계 온라인 도박장
3차례 걸친 장소 이전·회원제, 수사망 피해
“해외 총판 등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것”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강남 한복판에서 한 빌딩 사무실을 평범한 회사인 것처럼 꾸며 놓고 65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필리핀 카지노 영상을 생중계하며 베팅에 참여하는 온라인 중계형 도박장의 형태로, 철저한 회원제 속에 운영되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

◇ 도박장 개설 등 혐의…국내 총책 檢에 송치

도박장 위치한 건물 외부 전경(왼쪽)과 카지노 처럼 꾸며 놓은 내부 모습(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광역수사단 브리핑룸에서 이러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국내 총책 A(54)씨를 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구속해 지난달 4일 송치했다. 도박장을 운영한 종업원과 카지노 분위기 연출을 위해 고용된 전문 딜러 B(41·여)씨 및 도박자 C(56)씨 등 33명을 도박 방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지난달 말께 송치했다고 밝혔다. 도박한 피의자 13명은 40~50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23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등에서 650억원 상당 규모의 회원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필리핀 호텔 카지노 영상을 송출 받아 생중계를 해주면서 베팅할 수 있는 도박장을 개설한 국내 총책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18년에 마사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왔을 만큼 도박 전과가 4범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A씨 부당 수익금 2억 5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평소 도박을 하던 사람으로, 도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만큼 (주변인들과) 연결이 돼서 도박장을 운영해왔다”면서 “(계좌분석 결과) 입금 금액 650억원에 해당하는 입금자는 500명대로 보고 있지만, 명확한 증거 등을 통해 선별해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B씨 등 20명은 카지노 분위기 연출을 위한 전문 딜러·종업원으로 고용돼 일해 불법 도박장 운영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딜러들은 모 대학의 관광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수년간 한 호텔의 카지노 딜러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테이블 앞에서 도박 칩을 제공·관리하면서 호텔 카지노에서 직접 도박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종업원들도 각종 식음료 등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분위기 연출을 도왔다. C씨 등 13명은 해당 기간 도박장에 출입해 불법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상당의 바카라 등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4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 겉은 평범한 빌딩, 내부는 카지노…수사망 피해 와

피해자 운행 차량 내부 현금 압수 모습(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각종 수법을 동원했다. 호텔 카지노처럼 꾸민 내부와 달리, 외관은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이게 꾸몄다. 지인 등의 추천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도록 철저한 회원제 운영방식을 이용했다. 단기 임대 형태로 사무실을 빌려 14개월 동안 서울 논형동과 신사동, 역삼동 등 세 차례에 걸쳐 장소를 옮겨 다녔다. 한 장소에서 오래 영업하면 단속에 걸릴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에서다. 건물 외부를 감시하는 여러 대의 사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감시하고 통제했다.

경찰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손쉽게 도박에 접근할 수 있어 도박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특히 도박범죄도 심각해지고 있어 이에 대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에 거점을 두고 도박사이트를 설계·운영하는 총책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홍보 문자 등을 받는 경우 적극적으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신고해 주기를 부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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