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의 통과가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먼저 문제가 불거진 선불업자(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관리 업자)의 가맹점 직계약 조항을 수정해, 대표 가맹점을 둘 수 있도록 의견이 모이면서다. 간편결제업체가 모든 가맹점과 일일이 직접 가맹 계약을 맺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후불결제가 신용카드와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긴 ‘후불결제 관련 조항(제35조2 제3호)’은 이날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후불결제 업무에 대해 전금법 개정안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의 신용카드업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
후불결제는 소비자들이 미리 충전한 선불금이 부족한 경우, 30만원 한도에서 후불로 결제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아 ‘부가조건’을 준수하며 운영 중이다.
후불결제 서비스는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100만원)의 3분의 1도 되지 않고, 할부나 카드론, 리볼빙 등의 여신사업을 통한 이자 수익도 낼 수 없게 제한된다. 그런데도 신용카드사에 적용되는 대부분의 규제를 디지털 금융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금융혁신을 저해하는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여전법에선 사업자는 사용자가 미사용한 한도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카드사의 경우 미사용 한도가 언제든 리볼빙, 현금 서비스 등 대출성 상품으로 바뀔 수가 있기 때문에 미사용 한도라도 적립하도록 했다. 카드사는 대출성 상품을 운영하며 수익을 내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적용 받더라도 여력이 충분하기도 하다.
하지만 후불결제 서비스는 할부나 리볼빙이 불가하고, 한도도 제한적인데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면 사업을 확장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사업 자체를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게 업계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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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협회, 법안 마련 시 의견전달…“후불결제에 여전법 적용해야”
후불결제 서비스 확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규제를 카드사들이 주축이 된 여신금융협회 의견을 청취해 포함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카드사들은 향후 후불결제 한도가 커질 경우 신용카드업과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견제해 왔다.
본지가 확인한 법안소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①후불결제서비스가 사실상 여신업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업계와의 이해관계 충돌 소지가 있고, ②신용도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신용자의 연체 및 다중채무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며, ③후불결제업무의 기능이 신용카드업과 동일하므로, 이미 후불결제에 대한 규제체계가 확립된 여전법에서 일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신금융협회가 전달한 의견의 사실관계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핀테크 업계는 후불결제 서비스는 여신업의 성격을 띠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실제 후불결제 업체는 할부나 카드론, 리볼빙 등의 여신사업을 할 수 없다. 또 저신용자의 연체 및 다중채무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한도가 30만원으로 적어 소액을 연체해도 연체율이 커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고, 금융당국이 ‘후불결제 연체정보 공유’를 허용해 주면 연체율과 다중채무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후불결제 기능이 신용카드업과 동일하다는 여신금융협회 의견에도 반박한다. 신용카드업은 여신전문금융업으로서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차입(회사채, ABS 등 발행)된 자금을 다시 회원에게 카드한도, 대출 등 여신으로 제공함으로써 사업이 실행되는 구조지만, 후불결제는 핀테크업체들이 차입이 아닌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해당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다른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후불결제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는 이익단체인 여신금융협회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해 법안을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 내용도 신용카드와 후불결제가 동일 기능이 아닌데, 동일규제 잣대를 들이대 완전히 틀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신산업인 핀테크 분야에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전법은 신용카드업에 관련된 것인데 간편결제 업체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4차산업혁명으로 핀테크를 포함해 신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것이 아니면 가능하면 규제를 해지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당 업체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미래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