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연속 성장 예상과 달리 '마이너스'
수출에 비해 수입이 크게 늘어난 탓
내수마저도 주춤..코로나재확산 영향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4분기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엔화 약세로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한 데다, 내수마저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발목 잡혀 주춤한 탓이다.
| 일본 도쿄 한 상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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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올해 3분기(7∼9월) 실질 GDP(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치에 벗어난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0.2% 증가였다.
이런 추세가 1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연간 환산 GDP성장률(연율)은 -1.2%이다.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작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어난 점이 GDP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이 1.9% 증가한 데 반해 수입은 5.2% 늘었다. 특히 서비스 수입이 17.1%나 크게 늘어났다. 일본 내각부는 “광고 관련 해외 지급이 늘어났던 탓”이라며 “결제 시기 차이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 역시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GDP의 과반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전기대비 0.3% 증가에 그치면서 전체 성장률이 낮아졌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주춤했고, 엔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치솟으면서 소비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최근 엔화 약세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대폭 인상하며 강경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은 나홀로 돈풀기를 고수하고 있으면서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추락했다. 이에 따라 수입물가가 치솟았고, 수출기업도 원자재값 상승 부담이 커졌다. 글로벌 경기도 좋지 않아 가격에 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면서 기업 이익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맞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통화 완화책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구치 하루미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엔화가치 급락으로 기업들은 원자재값 상승에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출 가격에 비용을 쉽게 전가할 수 없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