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6만호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밝힌 2·4대책과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지역 각 구청들과의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직접 구청장들을 만났다. 지자체장들도 기대감이 높다”고 밝혔으나, 국토부가 사전 소통한 지자체는 단 3곳. 도봉구, 영등포구, 중랑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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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시와 자치구,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사전협의를 한 곳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북권 2곳, 서남권 1곳 등 3곳에 불과했다. 이들 지역은 준공업지역이 밀집해 있거나 저층 주거지가 몰려 있는 외곽 지역이다.
25개 자치구 중 22개(88%) 자치구는 2·4 대책 대책과 관련해 사전에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심지어 2·4 대책과 관련해 국토부와 소통한 지자체조차도 “협의보다는 정책과 관련한 단순 설명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자체의 설명은 앞서 변 장관의 발언과 엇갈린다. 변 장관은 지난 7일 KBS일요진단라이브에 나와 서울 지자체장(구청장)들의 호응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차제들과 사전 협의를 거쳤으며 이들의 협조를 약속받았다는 맥락이다.
변 장관은 이날 “전국적으로 80만이 넘는 주택이 공급되기 때문에 더이상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불안 심리는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지자체들도, 특히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의지를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협의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변 장관은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의 입장을 빌려 공급 대책이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실제 저희가 준비하는 과정에 기초자치단체장, 그러니까 구청장님들을 많이 뵀다. 그런 제도(2·4대책)가 있으면 우리 동네에도 열 군데 넘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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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지자체의 불만도 큰 상황이다.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지자체가 국토부의 입장에 긍정하는 것처럼 비쳐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구청은 구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직이다. 구청의 입을 빌려 마치 구민들이 국토부 정책에 호응하는 것처럼 발언한 것은 과장”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대책이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탓에 추후 예상치 못한 사업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단 점이다.
역세권, 저층주거지, 준공업지역 등을 고밀도 개발하는 게 이번 공급 대책의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구청과의 협의를 통한 지구지정이 이뤄져야 한다. 또 각종 일조권 등 다양한 규제 완화와 공사 기간, 인프라 확충 등이 긴밀하게 협의돼야 한다.
정부는 공공개발 사업으로 △동남권 31곳 △동북권 76곳 △도심권 24곳 △서부권 20곳 △서남권 71곳을 꼽았다. 서울 전 지역이 대상이란 소리다. 변 장관도 KBS일요진단라이브에 출연해 “이번 대책은 지자체와 협의가 사전에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장차관과 실무 라인에서 다차원적으로 지자체 의견을 수렴했다”며 “보안상 공개적으로 지자체와 협의할 수 없었으며, 협의 기초 지자체 또한 3개 지자체로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대책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지방 웬만한 시·도만큼의 권한을 갖는다”며 “이들과의 협의가 전제하지 않은 대책은 추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