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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해 12월 정인양의 양부모를 재판에 넘기면서 구속 상태인 양모 장모씨에게 살인 혐의가 아닌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양부인 안모씨에겐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됐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검찰은 장씨의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 ‘2020년 10월 13일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정인양)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을 발생하게 하는 등 복부손상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명시했다.
또 검찰은 장씨의 폭행 행위가 지난해 6월부터 수시로 이뤄졌다고 봤는데. 이 때문에 정인양이 좌측 쇄골, 좌·우측 늑골, 우측 대퇴골, 우측 척골, 후두부 등에 골절상을 입었고 머리부위 타박상, 장간막 파열 등을 당했다고 판단했다. 그해 8월엔 장씨가 정인양이 타고 있던 유모차를 힘껏 밀어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게 해 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장씨의 아동유기·방임 혐의에 대해선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피해자를 집 안이나 자동차 안에 혼자 있게 방치하고,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폭행을 당해 몸무게가 현저히 감소하는 등 건강 상태가 극도로 쇠약해졌는데도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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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아동학대치사죄로도 무기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실제 살인죄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되는 탓이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이 징역 10~16년으로, 가중 요소가 추가되면 무기징역 이상의 중형도 선고 가능하다. 그러나 아동학대치사죄는 기본 양형이 징역 4~7년이고, 가중 요소가 있어도 징역 6~10년이어서 상대적으로 양형 기준이 낮다.
이에 ‘양부모에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엔 30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고, 법원에 이들의 엄벌을 원하는 진정서도 수백건 접수됐다. 여기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 4일 “정인이의 피해, 증거자료만 보더라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밝히며 힘을 보탰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지난 5일 “살인의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검찰에 냈다.
이러한 ‘살인죄 적용’ 촉구 목소리는 재판을 앞두고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11일 시민들의 참여를 받아 ‘정인양 사건’ 재판이 열리는 서울남부지법과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앞에 근조 화환을 70여개를 세웠다. 각 화환엔 “사랑하는 정인아, 정말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등 정인양의 사망을 추모하는 문구와 “살인죄 기소로!”, “검사님 정의를 보여주세요” 등 검찰에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달 법의학 전문가 등 3명에게 의뢰한 이번 사건 재감정 결과를 이날 모두 받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검토 결과를 토대로 양부모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첫 재판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공판이 개시된 이후 검찰이 이들 부부의 혐의를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오는 13일 오전 정인양의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이날 법원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의 관심이 커진 만큼 방청인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해 재판 과정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중계 법정을 법원 내 같은 층에 두 군데 마련할 계획이다. 법원은 이 사건의 방청권을 추첨제로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