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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의 타깃은 서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전국 42곳 자사고 중 81%인 34곳이 이명박 정부 시절(2009~2010년) 우후죽순 격으로 설립되면서 고교서열화를 확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MB 때 설립된 자사고 34곳 중 22곳이 서울에 몰려있으며 이 가운데 13곳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유은혜 부총리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너무나 급속히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고교서열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 결과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이 심화됐고 교육시스템 전반을 왜곡시켰다는 게 자사고 10년에 대한 평가”라고 말했다. 실제 자사고가 고교서열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한 시점은 MB정부 때다. 2009년 이전에는 `원조 자사고`로 불리는 자립형사립고가 상산고(전주)·현대청운고(울산)·민족사관고(강원)·광양제철고(전남)·포항제철고(경북) 등 전국적으로 5곳에 불과했다. 각 지역에서 명문고 위상을 갖추고 수월성 교육을 펴도 전체 초·중등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는 게 교육계 평가다.
하지만 MB정부 출범 후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내걸고 전국적으로 자사고가 과잉 공급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지역마다 자사고가 생겨나면서 특목고·자사고·특성화고·일반고로 이어지는 서열화가 나타났다는 것. 현재 전국 42개 자사고 중 81%(34개교)가 MB정부 때 자사고로 지정됐다. 자립형사립고도 이 시기 자사고로 전환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 역시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해 지역에서 명문고 역할을 하며 인재를 키워내는 학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일반고 황폐화와 고교서열화를 초래한 자사고는 MB때 남설(濫設)된 학교”라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의 타깃은 MB정부 때 우후죽순 생겨난 자사고로 모아진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42곳 중 24개교다. 이 가운데 중 상산고 등 원조 자사고 5곳을 제외하면 모두 MB 때인 2009~2010년 자사고로 지정됐다.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재지정 기준점(80점)이 다른 시도보다 10점이나 높아 0.39점 차이로 탈락했지만 그 외 원조 자사고는 대부분 재지정을 통과할 전망이다. 이미 현대청운고·포항제철고·광양제철고가 재지정 기준(70점)을 충족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는 최근 정치권의 상산고 탈락에 대한 반대기류와도 무관치 않다. 전북 출신 여야 의원들은 21일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탈락 결정 이후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전북 출신이자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까지 가세해 페이스북에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 부총리가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취지로 설립됐지만 자사고가 집중된 서울은 고교서열화를 낳았다”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서울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서울지역의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는 13곳으로 모두 지난 2009~2010년 사이 자사고로 지정됐다. 서울교육청은 다음달 10일 이들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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