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 공기업인 한국감정원 노조가 ‘부정확한 공시가격 문제’을 수차례 비판해 온 대학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올해 정부가 공시(지)가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격히 인상한 가운데 공시가격 적정성 논란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진 것이다. 이에 학계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감정원 노조는 지난 8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대구는 감정원 본사 소재지다.
감정원은 표준 단돈주택과 공동주택 공시가를 산정,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 검증 업무 등을 맡고 있다. 해당 인력은 감정원 소속 감정평가사 200여명을 포함 550여명 수준이다.
노조 측은 정 교수가 말한 “공시가격을 감정평가사가 아닌 비전문가(감정원 직원)들이 산정해 오류가 많다” 등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엄연이 정부 소속 공기업 직원들이 법적인 절차에 따라 공시가 산정 등의 업무를 하는데 해당 기관 전체 직원을 무자격자로 매도했다는 것이 주된 주장의 요지다.
감정원 관계자는 “정 교수가 최근 1년 간 감정원 공시가격 비적정성에 대해 비판한 내용이 총 38차례나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현재로서는 노초 측이 소를 취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재 아시아부동산학회 사무총장, 한국감정평가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감정원 노조측은 민간 특정 단체를 옹호하기 위해 편파적인 발언을 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계에서는 공시가격 제도와 관련된 부동산 분석학회, 주택학화, 감정평가사학회가 주축이 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노조 행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제도 문제점은 이미 충분히 지적되고 공론화된 내용인데 이런 학자적 양심을 겁박하는 노조 행위에 대해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학문적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규탄하는 설명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공기업 직원을 싸잡아 비전문가로 매도하는 건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공시가 현실화 문제는 여전히 비판할 여지가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인 제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