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한달새 세번째 TK行..지지층 결집으로 반전 노리나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를 전격 방문, 경제·민생 행보에 집중한 건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의혹과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 등 각종 악재로 곤두박질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종의 ‘지지층 결집’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핵·경제 복합위기 국면에 각종 의혹까지 겹치며 수세에 몰리자, 여권의 텃밭이자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의 민심수습과 지지층 결속을 통해 국정동력 회복을 위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새마을시장서 새마을도시락 오찬..선친 업적 부각

국정감사를 계기로 야권의 미르 의혹 등에 대한 파생공세가 이어지자 이른바 ‘콘크리트’로 불렸던 ‘30%대’의 견고했던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14일 갤럽, 전국 성인 1026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은 취임 이후 최저치인 26%로 떨어졌다. 텃밭인 TK마저도 최근 4주간 지지율이 35∼44%로 횡보하는 등 이탈 조짐이 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참모는 “동남권 신공항 논란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 지진·태풍 등에 따른 자연재해가 미르 의혹 등과 교차하면서 나온 일시적 현상으로, 국정감사가 끝나고 의혹이 풀리면 자연스레 지지율은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TK 지역의 민심이반 조짐은 심각하게 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들어 TK를 자주 찾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구미를 찾은 건 2014년 12월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이후 1년 10개월여만이지만, TK 지역 방문은 지난달 20일 연쇄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에 이어 같은 달 29일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식 참석을 위한 포항 방문 등 한 달 새 무려 3차례나 이뤄졌다.

전날(18일) ‘2016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은 농촌 현대화와 국가발전을 이뤄낸 정신혁명 운동이었다”고 강조한 후 곧바로 이날 선친의 고향인 구미의 새마을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새마을도시락’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눈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연이틀 선친의 업적을 부각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지지층 결집 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구미 방문이 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도 정치권은 주목한다. 애초 17일 예정됐던 대수비를 20일로 미루면서 미르 의혹 등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예상되는 국감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대수비를 주재,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논란 등을 거론하며 야권에 선제 역공을 편다는 관측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 구미 방문이 야권과의 일전을 앞두고 이뤄진 ‘전열 가다듬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은 정치적 고비나 부침이 있을 때마다 심신을 달래려는 일종의 ‘힐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부추긴다.

◇靑 “애초 8월 행사였다..정치적 의미 부여 말라”

청와대는 구미 방문이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경제·민생’ 집중 행보의 일환이라며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는 데 대해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애초 8월께로 잡혀 있던 구미 방문이 안보위기 등으로 늦춰지면서 공교롭게 지지율 하락 국면과 겹쳤을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의 행보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이번 행보는 최근 공장 이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미 지역의 경제활성화는 물론 정부가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집중 육성할 경량소재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역사회, 기업의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잇따른 악재로 동요하는 지역민심을 직접 다독이는 효과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송민순 회고록 파장으로 그동안 공세를 강화했던 야권이 오히려 수세에 몰린 상황이어서 이번 박 대통령 TK행의 효과는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