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구 평균 연소득이 1억4000만원에 육박하는데도 중산층마저 식비를 줄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계속 올라 감당하기 버거워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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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아사히신문이 AP통신 등의 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의 62%는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다. 41%는 앞으로 몇 달간 식료품을 살 여유가 있을지 ‘매우’ 또는 ‘극도로’ 걱정된다고 했다. 이는 식품 물가가 크게 오른 탓이다. 외식을 포함한 미국의 식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8월 기준 6년 전보다 무려 30%가량 급등했다. 미 노동부의 2024년 소비자지출조사에서 미국 가구의 평균 연소득은 10만4207달러(약 1억3990만원)로 집계됐다.
먹거리 부담은 다른 통계로도 확인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지난 2월 조사에서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거나 자녀가 끼니를 거른 적이 있다’는 가구 비율은 10%로, 2020년 6월(4%) 대비 2.5배로 뛰었다. 식사를 기부받은 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10.6%에서 15.8%로 늘었다.
미국은 농업 대국인 만큼 값싼 식재료도 있지만 도시 지역에선 전반적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달 초 대형마트 판매가를 보면 워싱턴DC 근교에서 우유 반 갤런(1.89ℓ)은 2.89달러(약 3880원), 돼지고기 등심 1파운드(453g)는 6.99달러(약 9384원)였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선 각각 1.92달러(약 2578원), 3.77달러(약 5061원)였다.
식품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건 공급 측 충격이 연달아 겹쳐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인력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급등, 공급망 혼란으로 2022년 전체 CPI 상승률은 한때 전년 대비 9%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유가가 다시 뛰면서 물가 상승률은 지금도 3%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소비는 탄탄하다. 주가 상승의 수혜를 입은 고소득층이 소비를 이끌고 있어서다. 경제 전체로는 호조여서 인플레이션이 곧 잡힐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2024년 미국 가구의 연간 지출 총액은 7만8535달러(약 1억543만원)이었다. 주요 항목별로는 주거비(33.4%)와 교통비(17.0%)에 이어 식비(12.9%) 비중이 컸다.
중간선거 쟁점 ‘감당 가능한 물가’…공영 마트 실험
다음달 3일 중간선거에서도 생활비 부담 완화가 최대 쟁점이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7월 조사에선 ‘생활비·감당 가능한 물가’를 포함한 ‘경제’를 최대 관심사로 꼽은 응답이 29%로 가장 많았다. 최근 1년 새 ‘감당 가능한 물가’(affordability)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이를 실현하려는 정책이 지지를 얻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심의 한 슈퍼마켓은 애틀랜타 최초의 민관 협력형 매장이다. 지난 9월 개점 1주년을 맞았다. 시에 따르면 애틀랜타 시민 7명 중 1명이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이 지역엔 슈퍼마켓이 없어 주민들이 먼 곳까지 장을 보러 가야 했다. 이에 시와 시 개발공사가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 출점·운영 부담을 덜어줬다. 연내 교외에 2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대학교수 제시카 스콧(44)은 “식료품도 휘발유도 정말 많이 올랐다”며 “이런 시도가 더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매장 운영사의 폴 나일 최고경영자(CEO)는 “보통 장사는 얼마나 이익을 내느냐가 성공 기준이지만, 이 매장은 ‘시민이 얼마나 기뻐하느냐’가 기준”이라고 했다.
애틀랜타 모델이 주목받는 건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도 비슷한 구상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지난해 가을 선거에서 ‘감당 가능한 물가’를 앞세워 무명에 가까운 정치인에서 당선돼 미국을 놀라게 했다. 그의 공약인 ‘공영 슈퍼마켓’은 현재 5곳 개점이 준비 중이다. 일부 신선식품은 30% 싸게 판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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