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제일기획에서 다년간 실무를 경험하고, 국내 광고 대행사를 두루 섭렵한 광고·마케팅 분야 권위자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기업 아웃소싱 시장이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몇 년간 광고나 번역, 리서치 분야 등에서 기존 외부 업체에 맡기던 업무들을 기업이 내부에서 AI를 활용해 처리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품질이나 사고 위험성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모든 업무를 내부화하기는 어렵다는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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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업들이 외주 업무를 AI로 대체한다고 해서 비용이 꼭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을 다시 검수하고, 잘못된 정보나 부적절한 표현 등을 발견하고 바로잡는 데에 대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용 AI가 내놓은 답변에 따른 데이터 관리 비용과 법적, 보안사고 등에 대비한 시스템 구축 비용도 발생한다. 유 교수는 “처음에는 인건비나 외주 비용을 당장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지만 실제 업무에 넣어보면 검수하고 사고에 대응하는 비용이 계속 추가로 생긴다”며 “AI를 썼다고 바로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유 교수는 AI를 활용해 기업 내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행사의 ‘두 번째 눈’이 사라진다는 점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기존 광고나 홍보 대행사 등은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해 주는 업체일 뿐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놓칠 수 있는 표현과 소비자 반응 등을 한 번 더 점검해 주는 역할도 해오고 있었는데, 대행사를 거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 텀블러를 광고하는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유 교수는 “해당 광고는 광고대행사를 외주로 사용하지 않고 내부 마케팅팀이 따로 제작한 것 같다”며 “카피도 AI를 통해 만들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는 문화적 감수성이나 사회적 맥락, 특정 표현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완벽하게 판단하긴 힘들다”며 “광고나 홍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브랜드가 입는 손해가 훨씬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존 대행업체의 생존도 ‘외주의 전문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콘텐츠를 대신 만들어주는 것에서 나아가 전문적인 전략을 짜고, 소비자를 분석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는 역할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전략이나 소비자 인사이트, 브랜드 진단, 품질보증, 위기관리 등이 대행사의 새로운 부가가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전문성과 검수 능력이 앞으로 아웃소싱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가 된다. 유 교수는 번역 시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앞으로는 단순 번역이 아니라 SF 문학 전문, 에세이 전문처럼 시장이 훨씬 세분될 수 있다”며 “광고나 마케팅도 의료, 금융, 뷰티, 게임 등 특정 산업의 규제와 소비자, 유통 구조를 깊게 이해하는 업체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결과물을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수록 오히려 ‘사람이 만든 것’의 의미와 가치가 더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일부 연구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이 소통하는 상대가 사람이 아닌 AI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경우 그 진정성을 낮게 평가하는 현상이 있었다. 유 교수도 “중소·중견 기업들은 AI를 이용해 광고나 프로모션의 생산량을 무작정 늘리는 방향을 보이지만, 진정성이나 감성적 가치가 중요한 브랜드에서는 도리어 ‘휴먼 메이드’를 강조하는 흐름도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결국 앞으로의 아웃소싱 시장은 단순히 외주가 줄어드는 흐름이라기보다 기업과 대행사가 맡았던 역할이 다시 재편되는 방향이라고 유 교수는 진단했다. AI가 잘하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되는 업무는 기업 내부에서, 전략과 검수, 책임이 필요한 영역은 기업 외부에서 전문적으로 각각 역할 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기업들이 처음에는 AI를 이용해 많은 업무를 내부화하려고 하지만, 결국 다시 외부 전문가를 찾게 될 것”이라며 “외주 시장에서 일종의 ‘정반합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