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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코베이징' 반중정서 확산…대선 변수에 재계 우려까지

김성곤 기자I 2022.02.08 18:05:09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성난 민심 반중정서로 확산
20대 대선 막판 변수…여야 후보 비판행렬 동참
中 반한정서 확산시 車업계 ‘가장 불안’ 중소기업 ‘직격탄’
전문가 “경제에 미칠 영향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레이스를 펼치며 중국 리원룽(94번), 렌지웨이를 피해 인코스로 파고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이준기 최영지 손의연 기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따른 반중(反中)정서의 급속 확산으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대선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세대의 표심을 의식한 여야는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정치권과 달리 재계는 신중한 모습이다. 국내 반중정서가 중국내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할 경우 과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경제보복에 버금가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너도나도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반중 정서가 젠더 갈등을 능가하는 20대 대선 최대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수·진보간 희비도 엇갈렸다. 친중 이미지에 시달려온 더불어민주당은 초긴장 상태다. 반중행보의 기치를 강조했던 국민의힘은 표정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국민적 분노에 편승한 대선후보들은 격앙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중국의 형태는 스포츠정신을 망가뜨린 아주 못난 짓이다.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돌려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올림픽 무대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전할 경우 이는 보통 여권에 유리한 이슈”라면서도 “광범위한 반중정서 탓에 이번 편파판정 논란은 거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은 현 정부가 친중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한마디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여권으로서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선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발 반중정서 탓에 중국내 반한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13억 중국시장 진출은 물론 양국 교역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상황이 가장 불안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중국시장에서만 179만대를 판매했지만 사드 보복사태 이후 매년 매림세를 거듭하다가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는 35만277대, 기아차는 12만7005대 팔리는 데 그쳤다. 전자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과 LG가 글로벌 1·2위를 다투지만 중국 시장에서만큼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화장품업계도 중국 현지 여론을 모니터링하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기업 사정은 더 심각하다. 작년 11월 말 기준 대중 수출비중이 21.1%에 달하는 등 교역 의존도가 워낙 높다 보니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서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와 경제의 분리 대응을 강조했다. 이성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본부장은 “스포츠 윤리·규칙에 따라 이의제기해야 할 부분은 해야겠지만 산업이나 경제에 연결되는 건 피해야 한다”고 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반중정서 확산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욱하는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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