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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사건' 속도 내는 공수처, 檢과 여론전서 우위 선점 노리나

하상렬 기자I 2021.07.12 17:50:29

'스폰서 검사' 금품 수수 입건·공소시효 도과 검사 수사 속도
최근 검사 사건 집중…'검사 비위 사건 수사권' 의식한 듯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스폰서 검사’ 뇌물 수수 사건을 입건하고, 평검사 직무유기 사건의 고소인 조사를 하는 등 ‘검사 사건’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어, ‘검사 비위 사건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이어 온 갈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검사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처장.(사진=이데일리DB)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검찰로부터 이첩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상 뇌물 수수 혐의 사건을 지난 6일 정식 입건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6년 3~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검찰 출신 박모(51) 변호사로부터 수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총 4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3차례에 걸쳐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공수처는 지난달 초 입건한 광주지검 해남지청 소속 장모 검사의 직무유기 혐의 사건과 관련해 최근 고소인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검사는 작년 12월 전주지검 재직 당시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소액 사기 사건의 공소시효를 넘겨 ‘공소권 없음’ 처분한 혐의를 받는다.

이처럼 공수처가 ‘검사 사건’을 잇달아 입건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자신들과 연일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지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검사 비위 사건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공수처가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한다는 것이다.

장 검사 사건처럼 검찰이 접수한 소액 사기 사건의 공소시효가 경과되는 경우는 제법 있다. 그러나 검찰이 그간 공소시효를 놓친 검사에 대한 징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에 공수처가 그 관행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5년간 법무부가 공시한 검사 징계 내역에서 공소시효를 도과해 징계를 받은 검사는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수사를 하면서 검사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했다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직무유기 혐의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형사처벌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일 공수처는 대검, 경찰청 등 다른 수사 기관에 수사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와 관련한 전체 사건 목록·불기소 결정문 전체·기록 목록 전부 등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검은 이를 거부했고, 더 나아가 검사 비위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나면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종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는 대검 입장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방지하겠다는 공수처 설립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하며 맞서면서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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