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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갑작스런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하루 만에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북한 리스크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긴장감이 더 커졌다는 관측이 비등했는데, 시장의 학습효과(특정 사건이 반복되면서 익숙해지는 현상)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 만에 韓 금융시장 ‘안정’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2.2원 하락한(원화가치 상승) 11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6.3원 상승했다가, 하루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미국의 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는 29일(현지시간) 오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채택을 제안했고, 시장은 이를 군사적 충돌과는 거리가 있는 대응으로 봤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북한 리스크는 더 격화하지 않고 마무리되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정부 들어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하게 바뀌었고 북한의 핵무기 기술도 향상돼 예전보다 더 긴장하는 건 있다”면서도 “시장이 최악의 상황, 즉 전면전을 가정하고 베팅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55포인트(0.32%) 오른 2372.2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상승 출발했고, 줄곧 강보합권에 머물렀다.
원화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도 살아났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하락한 1.752%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1.2bp 내렸다. 채권금리가 하락한 건 채권가격이 상승(채권 강세)한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3년 국채선물을 1731계약 순매수하며 강세장을 이끌었다.
부도위험 지표인 한국 외평채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간밤 7.09% 상승한 62.65bp를 나타내며 긴장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북한 리스크를 잊은듯 강세장을 펼쳤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는 빈도가 부쩍 잦아졌고 당분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처음 불거진 뒤 얼마 있다가 사그라드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북한 리스크에 내성이 생긴 건 꽤 된 얘기이기는 하다. 이를테면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때 코스피지수는 0.3% 내렸다. 3거래일 이후에도 1.8% 추가 하락했다.
그런데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때는 당일만 0.3% 하락한 후 곧장 상승했다. 2차 핵실험(2009년 5월) 때도 마찬가지다. 당일에는 0.2% 내렸지만 7거래일 이후 0.8% 올랐다. △서부전선 포격(2015년 8월21일)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23일) △천안함 피격(2010년 3월26일) 때도 시장 움직임은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 “그때그때 달랐지만 곧 충격은 잦아들었다”는 게 정답에 가깝다고 시장은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는 것이다.
◇“北 리스크 판단 쉽지 않아져”
다만 정치 불확실성이 그 기저에 있는 만큼 예측이 쉽지 않고, 특히 트럼프정부 이후로는 판단이 어려워졌다는 경계감도 엄연히 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습효과는 과거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생기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미래에도 항상 그럴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최근에는 더 판단이 쉽지 않아서 장기간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이 이제는 핵을 폐기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시장에 대한 리스크도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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