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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가 제안한 명예퇴진론은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핵심이다. ‘끝까지 간다’는 기조에서 탄핵으로 내쫓기기 보다는 질서있는 퇴진이 낫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박계가 주춤한 이유도 사실상 정계개편을 위한 개헌논의와 탄핵을 연계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친·비박간 수 싸움을 하는 모양새다.
비박계 수장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정병국·김재경·이종구·권성동·홍문표 의원 등은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를 했지만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을 유보했다.
김 전 대표는 “일단 의원총회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나 의원도 “단 여야가 합의하는 것을 좀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비박계 주축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탄핵 입장을 재논의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의총장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탄핵 찬성파 의원들도 입장을 번복했다는 말도 나왔다. 서청원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장서) 내 뒤에 발언한 분이 ‘자기도 탄핵에 찬성했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선도 탈당한 김용태 의원·남경필 경기지사는 곧바로 반발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예정대로 12월 9일 정기국회 내에 처리해야 한다.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비박계 의원들은 흔들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의결을 못하거나 새누리당이 이것을 막아선다면 국민과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발기류에 비상시국회의에선 “여야 간 협의를 시도한 후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9일 탄핵안 표결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12월2일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주어진 시간으로는 너무 짧다”고 했다. 이 마저도 ‘즉각적인 탄핵’과 ‘박 대통령 사법처리 불가피론’을 내세우던 강경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분위기다.
친박계는 이번 대국민담화를 적극 수용하자는 입장이다. 이정현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부응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회에 모든 것을 맡겼으니 헌법과 법률 범위 내에서 현명하게 의견을 모아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며 “박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백지 위임한 것으로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서 다 결정해줘야한다”고 했다. 앞서 야당이 요구한 탄핵 일정(12월2일 또는 9일)에 대해 재차 거부 의사를 밝히고 한 발 더 나가 전면 중단을 역제안한 셈이다.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은 의총 직후 “박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탄핵을 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야당과 비주류 일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얘기한 이상 국민에 대한 설득이 약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친박이나 박 대통령도) 이 상황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개헌이 곧 국면전환과 정국 주도권을 잡을 키워드이기 때문에 탄핵보다는 개헌에 무게가 쏠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