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현장에서]국방비 삭감해 추경 조달, 與野 공수 바꿔 또 '안보팔이'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관용 기자I 2025.07.07 17:00:46

어차피 불용 예산 빼내 추경 예산 조달했는데
국민의힘 "선심성 현금 살포로 국방 포기" 비난
尹정부 국방비 삭감 때는 민주당이 "안보 위협"
말로만 '간부 처우개선', 현실은 결국 제자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여야가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국방 관련 예산이 감액된 것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전 국민 현금 살포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 안보를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실제 집행할 수 없는 불용 예산을 선별한 것인데 거짓 선동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국회와 군 당국에 따르면 2차 추경에서 올해 국방 예산 중 통신 요금 등 전력운영 부문 3개 사업에서 28억 원이 삭감됐다. ‘안보폰’ 확대 보급 계획 축소에 따른 통신 요금 및 정보 보호 예산 23억 원과 대관 협의 지연에 따른 관사 및 간부 숙소 예산 5억 원이다.

특히 방위력 개선 부문 7개 사업에서 878억 원이 삭감됐다.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97억 원 △GOP 과학화 경계 시스템 성능개량 300억 원 △이동형 장거리 레이더 120억 원 △120㎜ 자주 박격포 200억 원 △특수작전용 권총 137억 원 △소형무인기대응체계 R&D 12억 원 △기동저지탄(R&D) 12억 원 등이다.

감액 사유를 보면 나름 이유가 타당하다. GOP 과학화 경계 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의 경우 당초 11월까지였던 시험평가가 12월까지로 길어져 내년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120㎜ 자주 박격포는 탄 규격이 맞지 않아 구매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동형 장거리 레이더는 해외 판매 업체와의 협상 결렬로 계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소형무인기대응체계 R&D와 특수작전용 권총 사업은 당초 예산과 입찰결과에 따른 실제 비용 간 차액이 발생해 쓰지 못하는 돈이 됐다.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은 아예 군 당국이 소요를 철회한 항목이다. 무인기 등 대체 전력의 효용성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달 27일 충북 괴산군 소재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5년 대한민국 육군장교 통합임관식’에서 학사사관 70기와 간부사관 46기 신임 소위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육군)
민생 예산 확보를 위한 국방 관련 예산 삭감은 예전에도 있었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경에서 국방비 1조7000억 원을 삭감했다. 2021년 추경에서도 국방비 5600억 원을 빼내 재원을 마련했다. 당시에도 야당인 국민의힘은 국방비 대폭 삭감으로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도 출범 첫해인 2022년 코로나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는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국방 예산 1조5000억 원을 깎았다. 이에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병 생활 여건을 저해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졸속 추경안 심사를 거부한다”고 반발했다.

당시에도 그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이 생겨 당초 계획과 달리 계약이 늦어지거나 사업 착수가 지연돼 어차피 그 해에 쓸 수 없게된 예산을 반납해야 했었다. 입찰 과정에서 예상보다 저가에 계약이 체결된 경우도 있고, 국외 구매 사업의 경우 환차익이 발생해 돈이 적게 든 경우도 있었다.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서까지 예산을 반납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정치 공방이 공수를 바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제자리 걸음인 군 간부 처우 개선 관련 예산이다. 여야가 말로는 국가안보와 장병 생활 여건 개선을 약속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이를 거듭 강조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군 간부들이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지급되는 이사 수당과 입주 청소비 현실화 문제, 평일 2만원·주말 4만원에 묶여 있는 당직근무비, 작전이나 훈련 때 어쩔 수 없이 영내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간부 급식비 지원 등은 ‘공염불’이다. 각 직책수행경비와 지휘활동비 등도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번 2차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당초 예상 보다 입대 병력이 적어 인건비와 건강보험부담금 805억 원이 불용 처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간부 처우 개선비로 쓰이지 않고 건설경기 활성화 명목으로 전용됐다. 곧 2026년 예산안 논의가 시작된다. 국가 안보 운운하며 정치 공방을 벌일 때 정작 이를 책임지는 우리 군의 불신과 좌절감은 더 커지고 있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