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덕에 차입구조 개선"…SK하이닉스, 회사채 발행 나서나

이건엄 기자I 2024.10.28 19:39:49

[마켓인]
SK하이닉스, 3Q 말 차입금 22조…전년말 대비 29%↓
30조 돌파 이후 위기설 돌았던 지난해와 상반된 모습
차입구조 장기화 성공…단기차입금 비중 24%로 하락
시설 투자 자금 조달 가능성…회사채 발행 여건도 개선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차입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차입금 총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물론 만기도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는 차입 여력을 확보한 SK하이닉스가 신규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문주 전경. (사진=SK하이닉스)
◇ 차입금 비율 안정화

28일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차입금 총액은 21조8450억원으로 전년 말 29조4690억원 대비 28.8%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말 사상 처음으로 차입금 규모가 30조원을 돌파해 위기설이 불거졌던 점을 고려하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이 영향으로 차입금 비율도 점차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차입금비율은 지난해까지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이후에는 차입금비율이 60%를 넘어서는 등 경고등이 켜진 바 있다. 차입금비율은 차입금을 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기업의 외부자본 의존도를 나타낸다.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의 차입금비율은 △2022년 1분기 29% △2022년 2분기 29% △2022년 3분기 32% △2022년 4분기 36% △2023년 1분기 47% △2023년 2분기 54% △2023년 3분기 67.4% 등이다.

반면 HBM 수요가 급부상한 지난해 말부터는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23년 4분기 55% △2024년 1분기 53% △2024년 2분기 42% 2024년 3분기 33%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SK하이닉스가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과정에서 만기가 1년도 안 남은 단기성 차입금 부담을 크게 덜어냈다는 점이다. 차입구조를 장기화했다는 뜻으로 SK하이닉스의 차입여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의 유동성 장기부채를 포함한 단기성 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5조1410억원으로 전년 말 9조8580억원 대비 47.8% 감소했다. 이에 따른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33.5%에서 23.5%로 10%p 하락했다.

SK하이닉스가 단기간 내에 차입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현금창출력이 크게 상승한 덕분이다.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이어진 것이 현금창출력 상승으로 이어져 차입구조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410억원 대비 555% 급증했다.

SK하이닉스 HBM3 24기가바이트(GB). (사진=SK하이닉스)
◇ 내년 자금 소요 확대 전망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신규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차입여력이 개선된데다 추가 시설투자를 예고한 만큼 자금소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 규모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진 않았지만 HBM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며 “DDR5, LPDDR5 양산 확대를 위한 전환 투자, M15X, 용인 인프라 투자 지속 등을 고려하면 규모가 올해보단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회사채 발행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최근 회사채 시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인하한 이후 연초만큼의 활황을 보이고 있다. 회사채 금리의 기반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5일 기준 2.88%로 올해 초 3.25% 대비 0.37%p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기업평가(034950)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 3사의 AA급 3년물 회사채 평균 금리는 3.4%를 기록했다. 올해 초 4%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하이닉스의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 2조원 규모의 달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3년물과 5년물에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 보다 180bp(1bp=0.01%p), 200bp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으나 수요예측 과정에서 65억 달러(한화 약 4조8677억원)가 몰렸다.

덕분에 최종적으로 가산금리는 145bp(1bp=0.01%p), 167bp 수준에서 결정됐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15억 달러(한화 약 1조9762억원)를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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