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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제12회 유일한상’을 수상한 김형석(98·사진)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의 조용하지만 깊은 수상 소감이다. 타인을 위한 일들이 쌓여 역사가 되고 이 과정에서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 100세를 바라보는 김 명예교수의 바람이다.
김 명예교수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유일한상 시상식에서 “남들에게 행복을 나누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섬기고 사랑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유일한상은 1995년 유한양행의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위대한 삶과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시상 제도다. 2년 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업적을 성취한 인사를 추천받아 선정한다.
그는 현재도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통해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는 석학이다. 특히 사랑과 행복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바탕으로 동시대인들에게 깊은 성찰과 깨달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전하는 저서의 집필·강연을 펼치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대통령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촛불집회 등으로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새해를 맞은 우리나라의 온 국민들이 무거운 짊을 지고 있다”며 “왜 이런 불행이 왔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불행이 진행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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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로 나뉜 사회 분위기에 대한 조심스러운 견해도 밝혔다. 김 명예교수는 “20세기 초반에는 냉전시대로 좌우가 갈라졌었지만 이제는 진보와 보수가 모두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다”면서도 “다만 더욱 선진사회로 발전하려면 열린 사회로 가야한다. 진보와 보수가 무조건 싸우는 것은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명예교수는 한국 철학계를 이끈 선구자이자 수필가로 ‘한국 철학계의 아버지’로 불린다. 일본 상지대 철학과를 졸업, 미국하버드대 연구교수, 연세대 철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퇴임 전까지 김 명예교수는 스승으로서의 소명감과 뜨거운 교육 열정으로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국내 현대사의 격변기를 겪으며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한국 철학 학술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학술저서로는 ‘철학입문’, ‘철학개론’, ‘윤리학’, ‘헤겔과 그의 철학’ 등이 있고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한 바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이날 수상식 인사말을 통해 “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 일생을 한결같은 소명감과 뜨거운 교육 열정으로 후학 양성에 힘써오면서 이웃과 사회를 위해 나눔과 베품에 대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전파하시는 분”이라며 “앞으로도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정신과 뜻이 가치 있게 지속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모범이 되는 분들을 찾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