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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AI로 겨룬다면 ‘지구 대표’로 불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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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09.23 15: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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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프론티어 인터뷰] ③임정환 모티프 대표
314B AI로 글로벌 10위권…“세계와 경쟁하겠다”
“자본력 대신 아키텍처로 빅테크와 승부”
“AI 3강보다 글로벌 기준으로 경쟁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 AI(인공지능) 기술로 승부를 겨룬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 오픈AI나 구글 딥마인드의 엔지니어들을 부르겠죠. 그때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모티프 애들도 불러야지’라고 찾는 회사, 그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설립 1년 남짓한 국내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프론티어 모델 경쟁에 도전하고 있다. 카이스트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와 AI 인프라 기업 모레를 거쳐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한 임정환 대표(36)다.

모티프는 314B(3140억개 매개변수)급 파운데이션 모델 ‘모티프 3’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AII)의 글로벌 AI 성능 평가에서 10위권(한국 모델 중 1위)에 올랐다. 임 대표가 이제 겨누는 곳은 모티프 3을 넘어서는 프론티어 모델이다.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학자 꿈꾸던 수학도, ‘안전망’ 박차고 창업

임 대표는 원래 학자를 꿈꾸던 수학자였다. 하지만 “취직을 위해 억지로 논문을 쓰고 싶진 않았다”는 생각에 펍지(크래프톤)와 삼성전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거치며 산업계로 방향을 틀었다.

대기업에서 새로운 일을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창업에 뛰어들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모레로의 이직이 전환점이 됐다.

임 대표는 “모레에 들어간 뒤 솔루션 검증(QA) 역할을 맡으면서 아쉬움이 있었고, 뜻이 맞는 동료들과 주도적으로 모델 개발에 나서게 됐다”며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해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어차피 한번 해볼 거라면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모레에서 스핀오프해 모티프를 창업했다.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척박한 AMD GPU로 시작…“글로벌 엔지니어가 먼저 알아봤다”

모티프의 기술 철학은 ‘프롬 스크래치’다.

임 대표는 “메타의 라마나 중국 딥시크 같은 기존 모델의 껍데기에 데이터를 계속 집어넣는다면 결국 자본의 싸움이 되고 빅테크를 이길 수 없다”며 “자본력에서 앞설 수 없다면 아키텍처 자체를 더 좋게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에는 자금과 GPU 모두 부족했다. 그는 “모레가 가지고 있던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AMD GPU를 긁어모아 첫 모델을 개발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투자금을 마련해 13B(130억개) 규모의 두 번째 모델을 내놓자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왔다.

임 대표는 “한국에서는 큰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마케팅 한 번 하지 않았는데도 해외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이 먼저 우리의 기술을 알아보고 찾아왔다”며 “그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후 모티프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768장의 GPU를 지원받았고, 이를 활용해 ‘모티프 3’를 완성했다.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엔비디아 본사 방문…“해외 자본도 관심”

정부 사업 참여 기업으로 최근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은 것은 글로벌 시장을 직접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임 대표는 “엔비디아 본사 모델 개발팀과 교류한 뒤 해외 자본들도 먼저 관심을 보이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투자 유치에는 신중하다. 그는 “모티프의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준 뒤 해외 자본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대기업이 계열사와 제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견해를 보였다.

임 대표는 “제조 데이터가 파운데이션 모델의 근본적인 성능이나 범용성을 높이는 데 반드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사업은 주로 코딩이나 일반 추론 등에 활용되는데, 제조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해서 곧바로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 데이터의 강점을 강조하는 설명이 실제 시장에서 데이터의 역할을 지나치게 크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며 “어떤 데이터를 확보했느냐뿐 아니라 이를 모델 성능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독파모 탈락…평가 과정에 아쉬움

모티프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2차 사업 최종 선정에서 탈락했다. 임 대표는 탈락 자체보다 평가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업 초기만 해도 그는 담당 공무원들의 사명감에 감명을 받아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기업 눈치를 보지 말고 성과를 강하게 압박해달라”고 먼저 제안했다.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나라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무조건 잘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탈락 결과를 받아든 뒤에는 “국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했는데, 그런 순진한 생각을 가졌던 내가 바보였다는 허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어떤 전문가가 무슨 근거로 몇 점을 줬는지 평가 이유를 알고 싶었는데 그 기록조차 없었다”며 평가 과정과 근거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모티프 3’ 공개가 늦어진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임 대표에 따르면 엔비디아코리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조기 공개를 권고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요청으로 발표를 미뤘다. 그는 “발표를 미룬 바로 다음 주 딥시크가 새 모델을 발표했다”며 “2주만 일찍 냈어도 세상의 관심을 훨씬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5조원 규모 프론티어 AI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회사에 분명한 이득이 있다면 검토하겠지만, 불필요한 제약까지 감수하면서 참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화려한 스펙보다 성실·이타심·투명성·소통

모티프의 경쟁력을 묻자 임 대표가 꼽은 것은 ‘인재’였다.

초기 스핀오프 멤버는 12명이었고 현재 직원 수는 약 30명이다. 화려한 AI 전공 스펙을 가진 사람만 모은 것은 아니다.

임 대표가 꼽는 인재의 조건은 성실함, 이타심, 투명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최근 신입사원 4명을 채용할 때도 직접 1시간씩 면접했다. 어려운 이론보다 AI 기초 내용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 소통하는 태도가 어떤지를 살폈다.

그는 “내가 누군가를 ‘육성’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며 “업무량이 많고 요구 수준도 높지만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회사 환경에서 기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다”고 말했다.

적은 자원으로 모델 개발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로는 구성원의 몰입도를 꼽았다.

“우리 구성원들은 이 모델을 잘 만드는 일이 내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떠난 직원도 응원하는 회사 만들 것”

최근 LG AI연구원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직원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낸 사례에 대해 임 대표는 “안타깝고 사회 발전에 무엇이 좋은지 모르겠다”며 “직원을 영원히 가두려 하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모티프도 최근 핵심 인력이 카카오로 이직하자 홍보대행사에 “우리는 이 사람의 이직을 응원한다. 제발 뉴스도 내달라”고 요청했다.

임 대표는 “잠자는 시간을 빼면 인생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그 시간을 회사에 쏟아붓는 직원에게 최소한 고마움은 가져야 한다”며 “직원이 밖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오거나 창업해 좋은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이 창업을 꿈꾼다면 회사가 자원을 대주고 적은 지분을 가지면서 함께 잘되는, 건강하고 합리적인 회사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말했다.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AI 3강? 모델 개발국이 셋이라 3등일 뿐”

한국 AI 산업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흔히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부르는 데 대해 임 대표는 “모델 개발에 투자하는 플레이어 자체가 미국·중국·한국 셋뿐이니 당연히 3등인 것”이라며 “그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기준으로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어 성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데 대해서도 “한국어 성능 역시 GPT가 더 잘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글로벌 격차를 쫓아가야 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소통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카카오·네이버 등 서비스 기업들이 주목하는 멀티모델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해서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구조적 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임 대표는 “기술 발전을 믿는다면 오케스트레이션은 일시적인 과도기”라며 “당장 사업적 이득을 위해 뛰어들 수는 있지만 여기에 매몰되면 훗날 후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티프는 장기적으로 여러 보완책을 덧붙이기보다 근본적인 아키텍처 개선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이를 “자연스럽고 유려한 사이언스”와 “당장 작동하게 만들려고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공학”에 비유했다.

“AI 네이티브가 될 수 없는 세대…적응할 시간 필요”

AI 시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임 대표는 “현재 20대 중반에서 30대 이상은 자아가 어느 정도 확립된 상태에서 갑자기 AI를 맞닥뜨렸기 때문에 진정한 AI 네이티브가 되기 어렵다”며 “태어날 때부터 AI를 접한 어린 세대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며 적응하겠지만, 지금 세대에는 AI 충격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그의 경쟁 무대는 처음부터 세계였다. 314B급 ‘모티프 3’로 글로벌 10위권에 오른 임 대표는 이제 그 너머의 프론티어 모델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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