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아인 수습기자] “척수장애인들이 운동할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게 기구로 몸을 들어 옮기는 일이에요”
이용로 디딤터 대표(오른쪽)가 직접 개발한 운동 기구로 비장애인 회원의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재활운동 업체 디딤터의 이용로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고령자가 모두 함께 운동하는 ‘포용적 피트니스’ 세상을 꿈꾼다. 장애인 전용 기구를 따로 만드는 것을 넘어 누구나 같은 공간에서 같은 기구로 운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해 노인부터 장애인, 비장애인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든다”고 말한다.
이용로 디딤터 대표가 직접 개발한 운동 기구로 운동하고 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이 대표가 현재까지 개발한 운동 기구의 가장 큰 특징은 휠체어 이용자가 몸을 옮기는 ‘트랜스퍼’의 과정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휠체어가 그대로 들어갈 수 있도록 큼지막한 공간을 기구 내에 확보했고, 사용자의 팔 길이와 가슴 폭 등에 따라 몸통 지지대와 손잡이 위치도 바꿀 수 있다. 팔의 근력이 약하거나 가동 범위가 좁은 이용자도 운동 범위를 신체에 맞춰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제품 종류도 다양하다. 가슴 근육을 키우는 ‘버티컬 체스트프레스’ 외에도 어깨와 상완 이두근과 삼두근, 등 근육 등을 단련하는 상체 운동 기구들이 보였다. 업체를 방문한 기자도 직접 기구를 이용해 운동해봤다. 체형에 맞춰 기구를 세팅한 뒤 이 대표의 지도에 맞춰 몇 차례 동작을 반복하자 가슴과 팔 근육이 금세 뻐근해지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용로 디딤터 대표.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오래전 보디빌더를 꿈꾸던 이 대표는 1990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이후에는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며 2002년 부산 장애인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현재는 경기 하남시에서 재활 운동센터 디딤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가 장애인용 운동 기구를 처음 고안한 건 약 20여 년 전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자금 문제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했다. 이후 재활 운동 현장에서 여러 경험을 쌓고 약 1년 반 전부터 다시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가 운동 원리와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하면 전북 군산에 있는 작은 스타트업 제작업체가 설계도를 만들고 이를 제품으로 구현한다. 설계자가 장애인의 신체 조건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다 보니 모든 기구 하나하나 이 대표가 직접 경험하며 평균 3~4차례가 넘게 다시 설계하고 제작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외부 투자 없이 개인 자금으로 꾸준히 제품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아직 실제 판매는 본격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 특히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재활 보조기기 전문 전시회 ‘리하케어 차이나’(REHACARE CHINA)에 참가했다. 이 대표는 “제품 자료와 영상만으로도 현장 기업의 관심들이 컸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전시회 이후 현지 기업 3곳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도 말했다. 홍콩 업체와는 1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중국 전시회 이후 싱가포르와 일본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상담 요청이 오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장애인 운동 기구는 일반 운동 기구에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조금 더한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장애인과 노인들이 다른 사람과 차별 없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기구로 좋은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