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한(사법연수원 23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은 30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제14회 한국법률가대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서 ‘ACP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부협회장은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며, 변호사와 국민 사이의 접견·교통권 보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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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업활동이 고도화하면서 사전 예방적 준법경영이 중요해졌다”며 “ACP가 보장돼야 기업 내 준법감시인이 법적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들이 ACP를 도입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법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ACP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미국의 ACP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우리 법체계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법원과 수사기관의 인식 전환, 변호사 윤리 강화, 예외사유의 구체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범죄 증거물 은닉이나 변호사가 범죄에 가담한 경우 등은 ACP 적용 예외로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종민(36기) 광주지방법원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이미 변호사의 압수거부권과 증언거부권이 규정돼 있는 만큼, 기존 제도의 보완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형사소송법 제112조의 적용 범위에 대해 “변호사가 작성해 소지 또는 보관하던 서류도 압수 거부 대상 물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제도의 보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이다.
예승연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교수는 비밀유지권의 이중 구조를 지적했다. 예 교수는 “의뢰인과 변호사 관계에서는 의뢰인이 권리 주체이고 변호사는 의무 주체이나, 변호사와 제3자 관계에서는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의 비밀유지권도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광선(36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회가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독일·프랑스식 제도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창온(30기) 이화여대 법전원 교수는 “우리 형사소송법은 이미 변호사의 증언거부권과 압수거부권을 통해 의뢰인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미국의 ACP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ACP 도입을 위한 여러 변호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황운하 의원안은 변호사회의 조력 제공 권한을, 정우택 의원안은 의뢰인 중심의 비밀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외사유로 두고,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배제를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