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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53) 대흥이엔지 대표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LS엠트론이 하청업체였던 김 대표의 기술을 유용해 부당한 특허까지 냈다고 판단, LS엠트론과 쿠퍼스탠다드오토모티브앤인더스트리얼에 과징금 13억86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기술유용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쿠퍼스탠다드는 LS엠트론이 김 대표와의 분쟁 이후인 2018년 자동차용 호스부품 사업만 분할해 매각한 회사다.
◇ 앞에서 납품단가 깎고 뒤로는 몰래 특허낸 LS엠트론
김 대표와 LS엠트론이 거래를 시작한 것은 20년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LG그룹의 형제별 계열 분리가 시작되기 전으로 사명도 LS엠트론이 아닌 LG전선이었다. 진공 및 설비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김 대표는 사실상 거래가 끊긴 2016년 12월까지 대부분의 시기 LS엠트론 관련 매출이 98~99%에 달했다고 한다.
이들의 하도급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민관 공동투자’를 하면서부터다. 해당 제도는 정부가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비의 50%를 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25%는 부담, 신기술 또는 해외 고가 부품을 국산화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다. 잘 운영되면 대기업은 저가에 안정적인 부품수급이 가능해지고, 중소기업은 기술력 및 판로를 뚫을 수 있다.
김 대표는 2년 만에 자동차 고무호스 모양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금형(맨드릴)을 독일 V사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LS엠트론이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V사는 여러 조각을 굴절률에 맞춰 하나하나 이어붙였으나, 김 대표는 하나의 파이프에 레이저로 꺾이는 정도를 반영한 홈을 파 굽히는 방법을 고안했다. 김 대표는 “독일 맨드릴은 하나하나 전문기술자가 이어붙여야 하기에 개당 400~600만원에 달했으나 우리 제품은 80~200만원으로 최대 5배 저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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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LS엠트론은 자신들이 개발비 25%를 냈고 또 정부가 부담한 50% 중 절반은 자신들도 권리가 있으니 해당 액수만큼을 납품 단가에 반영해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투자한 자금이 납품 단가를 깎는 이유가 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해당 건 외에도 LS엠트론과 다수의 거래를 하는 김 대표는 이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이후 김 대표는 개발비 회수 기간이 끝났으니 LS엠트론에 단가를 정상화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때부터 관계가 나빠졌다. LS엠트론이 자신들이 중국에 투자한 회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맨드릴 도면을 달라고 했으나 기술유출을 우려한 김 대표가 거부하면서 2016년 12월 이후 사실상 모든 거래가 단절됐다.
김 대표는 “LS엠트론과는 다른 기술유용 및 대금지급 문제도 있어서 거래 단절 이후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며 “문제가 된 맨드릴 기술을 LS엠트론이 단독 특허로 등록했다는 사실은 2019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LS엠트론은 2012년 1월 특허 심사청구를 했고 2013년 8월 등록이 완료됐다. 김 대표가 기술 개발을 막 마치고 LS엠트론의 요구에 따라 적자까지 감수하며 납품 대금을 낮춰 공급하던 시기다.
◇ 증거만 뺏기고 빈손으로 끝난 조정…현장조사 없이 끝낸 수사기관
이후의 과정은 지난하고 힘겨웠다. 누구도 힘없는 중소기업에 힘이 되주지 못했다. 김 대표는 LS엠트론과 분쟁을 모두 정리해 구미경찰서 등에 저작권법 위반,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종결됐다. 경찰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하자 검찰이 재수사를 명령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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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력 없는 조정도 의미가 없었다. 김 대표는 2020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조정을 요청했으나 결과 없이 끝났다. 당시 재단은 김 대표에게 2억원을 지급하고 특허 일부도 반납하라는 중재안을 냈으나, LS엠트론(쿠퍼스탠다드)이 거부하면서 종결됐다.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신청했던 조정도 역시 실패했다.
김 대표는 “조정을 하면 서로의 증거를 다 보여주게 되는데 증거를 받아간 대기업은 반격하는 무기로 쓰더라. 조정할 것처럼 시간만 끌면서 증거만 받아간 셈”이라며 “강제력이 전혀 없는 조정은 사실상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주위에서 조정을 신청하겠다면 증거만 뺏길 수 있으니 차라리 하지 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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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회사가 회생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컸던 아내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쓰러져 6개월 넘게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사람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아내를 보고 너무나 힘들었다”며 “지금은 아내가 그나마 잘 움직이고 있지만 그때 생각만 하면 너무 힘들다. 절대로 LS엠트론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LS엠트론과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인력과 공장시설 등을 축소하지 않고 유지해놓은 것도 큰 손실로 돌아왔다.
◇ “대기업 윤리의식 높아져야…기술은 中企의 피땀”
사건 이후 회사는 사실상 휴업상태다. 김 대표는 4년 가까이 쓰러졌던 아내의 병간호를 하다가 지난해 4월부터 한 중소기업의 기술고문 역할로 일하고 있다. 버는 돈 없이 LS엠트론과 싸움을 벌이는 사이 10억원에 가깝던 자산은 현재 2억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공정위의 결론에도 LS엠트론(쿠퍼스탠다드)이 낼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될 뿐 김 대표에게 돌아가는 부분은 없다. 민사소송 등을 제기해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김 대표는 “더는 돈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피땀 같은 기술을 유용하는 대기업이 없어졌으면 한다”며 “대기업이 구매 확약서 보여주면서 사탕발림해 중소기업에 기술을 개발하게 하고, 개발되면 기술 빼앗아 다른 중소기업에 주고 비교 견적 받아서 납품 단가 낮추는 그런 행태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자식 세대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대기업에 얼마나 피해가 있겠냐 만은 경영진들의 윤리의식이 높아지고 나아가 기술 탈취가 대기업 스스로에도 손해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이 기술 유용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겠느냐고 묻자 한참을 고민하던 김 대표는 “사실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추후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자료를 철저하게 확보·보관해야 하는 데 평범한 중소기업이 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면 정부가 중소기업에 철저하게 기술유용 관련 교육을 해주는 것인데 사실상 일하는 시간을 내서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며 “정부가 교육 이수에 대한 영업공백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해줄 수 있다면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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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S엠트론은 기술탈취 특허 사건과 관련 “원천기술이 독일 V사에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당사가 특허 출원을 해도 된다고 판단을 내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원천기술 V사에 있는데 LS엠트론이 별도로 특허 등록이 가능했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매각된 사업부문이라 자세한 내용은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LS엠트론이 이전받은 기술은 고무 호스 제조에 대한 것이지 맨드릴을 만드는 방법은 아니었다”며 “LS엠트론은 공정위 심의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김 대표에게 제공했다는 어떤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함께 사전예방 및 구제수단 방안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 인수위원장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단일화 전 기술유용 엄중 처벌 및 공정위 기술유용팀 확장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