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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문병찬)의 심리로 11일 오후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낸 윤 의원은 “진실이 드러나도록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짤막하게 말한 뒤 법정으로 들어갔다. ‘혐의를 부인하느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할 말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윤 의원은 “지난 30년 동안 활동가로서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한다”며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은 윤미향의 사조직이 아니라, 수많은 외부인원으로 꾸려진 전문위원회 등 조직이 있고,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갖 악의적인 언론보도와 터무니 없는 의혹이 이어지면서 악마와 같은 범죄자가 됐다”며 “후원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고 할머니 돈으로 딸 유학비를 마련한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피해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길원옥 할머니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여성인권가로서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피해를 주장하고 일본을 고발하신 분”이라며 “검사는 존엄한 길원옥 할머니를 자기 결정이 어렵고, 윤미향이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등 길원옥 할머니의 존엄성과 인권을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檢, 보조금 법 위반 혐의 등 8개 혐의 적용…“개인 용도 사용”
검찰은 윤 의원에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배임·사기 등 8개 혐의를 적용하고, 작년 9월 14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대협이 운영하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학예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윤 의원이 허위 신청하고 등록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수억원의 국고와 지방 보조금 등을 부정 수령했다고 판단했다.
또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 계좌로 총 41억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했고,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 1억7000만원의 기부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윤 의원이 단체 법인 계좌에서 가족 명의의 차량 수리비와 개인 세금을 납부하고, 정대협 자금 계좌에서 윤 의원 자녀의 계좌로 송금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윤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서 기부 또는 증여하게 한 혐의와 함께 경기 안성 쉼터를 이용해 미신고 숙박업을 운영한 혐의도 같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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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 측은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 의원의 변호인은 “학예사의 박물관 상주 여부에 대해 법리적인 해석이 필요하고, 박물관 등록과 보조금 신청은 별개로 봐야 한다”면서 “보조금을 수령해서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없고, 범행 동기도 없다”고 주장했다.
기부금품 법 위반 혐의에 대해도 “지난 2016년 서부지검에서 똑같은 공소사실로 이미 불기소 처분을 했다. 이는 공소권 남용”이라며 “조의금마저 기부금품으로 취급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안성 쉼터 숙박업 운영 관련해서는 “66개월 동안 총 53회면 월평균 0.8회고, 중복으로 집계된 것도 많다”며 “이 같은 행위가 영리의 목적으로 계속적·지속적으로 숙박업소를 운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길원옥 할머니의 중증 치매 증상을 이용해 5000만원을 기부하게 한 혐의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대로 2014년부터 중증치매 증상을 보인 길 할머니의 행위가 자기 의사가 아니라고 본다면, 지난해 5월 길 할머니가 양자를 입양한 것도 길 할머니 의사가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법원 밖은 윤 의원의 지지자와 반대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윤 의원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보수 유튜버들은 “윤미향을 구속하라”, “윤미향은 악마다”라고 소리치며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갔을 때에는 윤 의원의 지지자들이 ‘우리가 윤미향이다’, ‘윤미향이 진실이다’라는 피켓을 들었고, 이에 보수 유튜버가 욕설과 고함을 치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9월 17일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