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은, 하노이 충격 털고 대외행보…러시아에 지원요청하나
우선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대내외에 건재함을 과시하고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북·러간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고려하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할 때가 됐다’는 것이 일반론이긴 하다. 또 다른 우호국인 중국의 경우 김 위원장 집권 이후 4차례나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으나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택한 것은 북미간 협상 교착·대북 제재 국면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우선 하노이 회담 결렬로 적잖은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내부 정비를 마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동안 하노이 회담 복기에 전념하던 북측은 지난 12~1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를 전후로 ‘자력갱생’ 기조를 내걸고 제재를 견뎌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러시아 국적의 석유 불법 환적 선박도 계속해서 단속되고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월 약 5976t, 2월 약 4382t의 정유제품을 각각 북한에 이전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약 2250t)의 약 4.6배에 달한다. 러시아에는 북한의 주요 외화 벌이 수단인 노동자들도 여전히 1만여명이 잔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대북 제재의 ‘구멍’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간에는 제재 국면에서도 꾸준히 경제협력 교류가 있었고 러시아는 미국의 대북 제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유엔 안보리 제재도 있는 만큼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통적 우호관계 확인·美 견제 한 목소리 낼 듯…서프라이즈는 ‘글쎄’
경제적인 지원 외에도 러시아와 북한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뜻을 모을 공산이 크다.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반기를 들고 있는 양측이 의기투합해 국제사회에서 협력 관계를 다지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또 러시아 역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입장인 만큼 미국의 제재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함께 밝히면서 그동안의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강조하는 등 국제사회를 향해 제재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힘들더라도 국제사회에서의 우군 확보와 지지는 현재 북한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시간이 없다’며 기대를 걸었던 미국과의 담판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고, 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민생 경제 회복과 경제 개발이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는 김 위원장이 기댈 곳은 결국 중국과 러시아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공조 틀을 깨고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면서 제재를 풀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전통적인 친선·우호 관계를 강조하면서 인도적 지원, 인력 송출 관련한 문제의 경우 비핵화 진전에 따라 예외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단계적 해법에 대한 논의는 가능하다”고 봤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미 간 비핵화 입장 차이로 다시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북한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더 많은 주도권을 잡길 바랄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번 회담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길 원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