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처럼 기술사업화 나선 SK텔레콤..네이버, 현대차까지 투자

김현아 기자I 2019.03.28 15:08:02

될성부른 떡잎기술, 기회의 땅에서 키운다
지난해 5월 마키나락스 사업화..네이버, 현대차 투자
스타게이트 위해 투자, HR 등 역량 결집
‘ATSC 3.0’, ‘광학엔진’ 스핀 아웃..20여개 기술 사업화 검토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SK텔레콤이 사내 유망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인 ‘스타게이트’를 본격 가동한다. 회사 내부에서만 쓰기에 아까운 기술을 스핀 아웃(사업화, Spin-Out)해서 기업을 만들고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 되는 스타트업)으로 키우려한다.

구글이 2009년 내부의 자율주행 연구 프로젝트를 ‘웨이모(MAYMO)’로 독립시켜 자율주행차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만든 것과 유사하다.

‘스타게이트’는 SK텔레콤의 제조업 특화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솔루션 기술을 개발했던 구성원들이 만든 ‘마키나락스’가 모체다.

마키나락스는 2018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는데 1대주주는 구성원들이고 SK텔레콤이 2대주주다. 이후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의 투자를 받았다. 최근 마키나락스 인턴 연구원들이 한국동서발전 주최이 주최한 ‘발전산업 빅데이터 분석 AI 활용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SK텔레콤 박진효 ICT기술센터장이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 ‘스타게이트’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SK텔레콤 제공
◇될성부른 떡잎기술, 기회의 땅에서 키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마키나락스’처럼, 내부에서 개발한 유망 기술을 사업화하는 프로그램(스타게이트)을 통해 대한민국 ICT 유니콘 기업의 수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5G를 세계 최초로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ICT 기반 유니콘 기업은 쿠팡 등 7개에 불과해, 미국 151개나 중국 82개, 영국 16개 등에 비해 적다.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텔레콤에선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상당히 큰 나무들이 자라지만 AI기반 추천기술 같은 수종 사업도 하는데 이를 외부에 더 나은 기회의 땅에서 키운다면 기존 사업부만큼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텔레콤과 연계되면서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내 우수 개발 인력이 창업을 원하는 상황도 고려됐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마키나락스라고 제조업 특화 데이터 분석 기술 회사가 있는데 개발자들이 퇴사이후 실리콘밸리로가서 회사를 만들겠다고 하더라. 막을 수 없었고 더 성공할 수 있도록 돕자. 이게 스타게이트의 모체가 됐다”고 밝혔다.

◇스타게이트 위해 투자, HR 등 역량 결집

SK텔레콤은 사내 유망 기술에 대해 특허권으로 현물출자하거나, 아니면 특허권은 SK텔레콤이 갖고 라이센스를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적재산권(IP)관리를 한다.

특히 외부로 나가는 기술이 성공할 수 있도록 ICT기술센터외에 코퍼레이트 디벨로프먼트 센터(투자담당), SK텔레콤 해외 조직(뉴욕 SK텔레콤TMT인베스트먼트, 홍콩사무소 등), HR조직(기업문화센터)등이 합심한다. 코퍼레이트 디벨로프먼트 센터는 △외부 투자를 받아 신규 회사 설립 △타사와 결합 △외부 파트너사와 합작사 설립 등 스핀-아웃 형태를 결정하고, 해외조직들은 △현지 시장 및 기술 동향 △사업파트너 △투자자 그룹 관심도 분석 등을 돕는다. HR조직은 구성원에 대한 보상대책 등을 마련한다.

◇‘ATSC 3.0’, ‘광학엔진’ 스핀 아웃..20여개 기술 사업화 검토

현재 진행중인 기술 사업화로는 ATSC 3.0(미국의 디지털TV방송규격) 기술, 광학엔진, 음원분리기술, 인공지능 기반의 미디어품질 개선기술 등이 있다.

박진효 센터장은 “우리가 개발한 ATSC 3.0 기술을 미국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 표준담당 임원이 보고, 기술검증(PoC)을 한 뒤 경영진이 만나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로 했다”며 “조인트벤처는 싱클레어 방송국 건물에 생긴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독자 개발한 초소형 레이저 광학엔진 ‘옵틱스’의 연내 기술 사업화도 추진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인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은 “레이저 광원을 이용해 디지털 이미지나 영상을 빛으로 투영하는 걸 작게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스마트픽코빔이 CES에서 수상하고 아마존 판매에서 1등을 하니 여러가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작년에 삼성이 판매하는 스마트픽코빔에 엔진을 공급했고, 옵틱스 기술을 이용해 홀로박스를 만들었고, 현대차와는 카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연내 스핀 아웃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이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 ‘스타게이트’ 소개하고 있는 모습
이밖에도 인공지능 기술로 보컬, 반주 등을 분리하는 ‘음원분리기술’도 SM엔터테인먼트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운영 중이고, SK브로드밴드와 옥수수에 적용된 저화질 화면을 고화질로 바꿔주는 ‘슈퍼노바’도 스핀 아웃을 준비중이다.

이 그룹장은 “음원분리기술은 이수만 회장의 제안으로 개발됐는데, 가수의 노래와 반주를 분리해낼 수 있는데 이를 노래방에 적용하면 어떤 소절은 가수와 함께 부르고 어떤 소절은 나 혼자 부르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슈퍼노바는 컴퓨터비전 필터링이 아니라 머신러닝을 접목해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업스케일링하는 것인데, 미디어 서비스외에 SK하이닉스 반도체의 웨이퍼 이미지 검사에 활용하니 시간이 단축됐고 CCTV 영상 인식도 좋아져 기술 사업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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