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들 성폭력 사건 다시 들여다 본다는 軍…조사기간·대상 논란

김관용 기자I 2018.03.12 18:29:12

국방부, 군적폐청산위 권고 따라
최근 10년간 장군들 성폭력 사건 처리결과 재조사
MB 정부 이후로 기간 한정, 대령 계급 이하는 제외
참모총장 인사권 축소하는 규정 개정도 문제 소지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가 성폭력 근절 정책을 위해 최근 10년간 장군들의 성폭력 사건 처리결과를 재조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10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한 이유도 분명치 않고 대상도 장성급 장교 이상으로 국한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국방부는 군적폐청산위원회의 제4차 권고안을 받아들여 “최근 10년 간 장성급 장교와 관련된 성폭력 사건의 처리결과를 재조사해 처벌 수준의 적절성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장군들이 연루된 성폭력 사건은 20건 미만이다.

◇왜 최근 10년 간 장군 연루 성폭력 사건만 재조사?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기간을 최근 10년간으로 정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군적폐청산위원회 위원들이 논의하면서 5년과 10년 등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10년은 자료가 가능할 걸로 보고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10년 이전의 자료는 없느냐’는 재차 질의에 “10년이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기 장군들의 성폭력 사건 처리 결과만을 재조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는 “취지를 잘 이해해달라”고만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권고에서 10년 이내 장성급 장교 관련 성폭력 재조사 취지는 기본적으로 처벌보다는 국방부의 성폭력 대책과 정책들이 완벽치 않다는 시각을 전제로 제도 발전 피드백을 위한 것”이라면서 “처벌을 하려는게 아니라 정책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라고 설명했다. 만약 징계가 미온적이었다면 정책에 환류시켜서 양형 기준 등을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이 관계자는 ‘대령 이하 장교들이나 부사관이 연루된 성폭력 사건은 왜 재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돼 물리적으로 조사에 한계가 있어 정책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행정편의상 장군들이 연류된 사건만 들여다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대령 이하 계급의 군인들에게는 이른바 ‘면죄부’를 줄 수 있고, 단순한 정책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군내 성폭력 예방 대책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올해 1월 준장 진급자를 대상으로 ‘장군의 도(道)’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 검토…참모총장 인사권 축소 의도?

이와 함께 국방부는 이날 군적폐청산위원회가 군 인사의 공정성 및 객관성 강화 방안으로 권고한데 따라, “장군 진급 제청심의위원회에 각 군 참모총장을 포함토록 하고 있는 군 인사법 시행령은 합리성이 떨어지므로 이를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곧 각 군 참모총장의 핵심권한 중 하나인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장군 진급은 각 군 심사위원회의 심사 이후 국방부 제청심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재가가 있어야 한다. 각 군 심사결과는 각 군 참모총장 결재(추천)로 국방장관의 제청권을 행사하는 제청심의위원회로 넘어가는데, 추천권자인 참모총장이 제청심의위원으로까지 참여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맞지 않다는게 군적폐청산위원회 지적이다.

참모총장은 ‘군정권’(軍政權)을 갖는다. 군대의 편성과 조직을 관장하는 행정권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사권이 핵심이다.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명령권한인 ‘군령권’(軍令權)은 합참의장이 갖고 있다. 현재 국방부 제청심의위원회 구성 규정에 따르면 위원 구성은 각 군 참모총장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진급 대상자 보다 상급자인 장성급 장교로 돼 있다.

그동안 자신의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참모총장이 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해 왔지만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즉, 굳이 규정을 바꿀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바꾸려는 것은 참모총장의 인사권을 축소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국방장관이 참모총장을 건너뛰고 각 군 인사참모부장과 논의해 진급 인사를 결정한 전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참모총장이 이를 직접 설명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제청심의위 절차 중 각 군 인사참모부장이 와서 설명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가 있어 총장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총장의 권한 축소 배경을 논의한 적 없고, 절차와 법령상 상충되는 부분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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