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더 이상 운항 어렵다..수출 전선 마비(종합)

최선 기자I 2016.09.01 17:04:45

국내서 6척, 해외서 24척..총 30척 선박 발 묶여

1일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부두에서 일부 화주들이 컨테이너를 반출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한진해운 선박 입출항과 컨테이너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선 박종오 박철근 기자]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 한진해운(117930)이 자사의 선박을 이용하는 화주를 대상으로 ‘화물을 찾아가라’는 긴급 공지를 보낸 것은 선박의 운항이 더이상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에서 멈춰선 한진해운 선박은 총 6척에 이른다. 부산신항만에서 용선주의 운항중단으로 멈춰선 한진멕시코호와 연료 구매가 불가해 멈춰선 선박 2척, 래싱업체 등의 일시적인 작업거부로 운항이 중지된 3척 등이다. 또한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24척 선박까지 합치면 총 30척에 이른다.

국제화물데이터 전문조사 기관인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북미항로 기준으로 삼성, LG화학, 넥센타이어, LG전자, 효성 등이 한진해운 선박 의존도가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배송지연을 겪은 화주들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설 경우 그 규모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기업은 다른 선사로 물량 돌려 위험 회피

삼성전자(005930)는 수출한 물량 중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에 실려 있는 제품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LG전자(066570)는 한진해운을 이용했던 예약 수출물량을 모두 취소했다. 현재 대체 선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동부대우전자는 백색가전 부문 수출 물량 중 한진해운에 맡기고 있는 비중은 9% 정도지만 당장 문제가 되는 물량은 없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한진해운 물량을 어디로 돌릴지 최종 확정된 것은 없지만 한진해운 소속 동맹선사들을 중심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잖은 피해 예상

중소기업계는 이번 사태에 의해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진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며칠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제조장비 생산기업인 예스티(122640)의 김도하 부사장은 “제품의 크기가 커서 선박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며 “며칠은 두고봐야 피해규모나 대책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폰·비디어폰 전문기업 코맥스(036690) 관계자는 “유럽 수출을 위해 지난달 선적한 제품이 인도양을 지나 오는 20일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현지에서 압류상황이 발생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입항거부나 압류상황이 발생하면 고객사에 납기 지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멕스 관계자는 “수입자가 운송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경제적 손실은 없다”면서도 “고객사의 애로사항 발생에 따라 수출실적 부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석유화학제품, 섬유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한진해운 사태가 불거지기 전 수출 물량을 다른 선사로 돌려 위기를 모면했다.

효성(004800)은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등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미노선에 대한 한진해운 의존도가 20%에 달했던 비중을 올해 들어 5% 미만으로 줄였다. LG화학(051910)은 한진해운 이용률을 최근 한자리수로 줄여 대응, 다른 선사로 물량을 이관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타이어코드, 섬유 등을 수출하는 코오롱(002020)그룹, 도레이케미칼(008000) 등도 각 선사별로 분산 운송을 맡겨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수출 업계는 글로벌 7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국제 운임이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운산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리스크 헷징을 해놨지만 향후 운임이 올라 제품 마진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발묶인 한진해운

해외에서도 한진해운 선박은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미국 소재 항구에서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는 사례도 빚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정박할 예정이었던 한진해운 소속 선박 3척이 입항을 포기했다. 정박시 채권자들이 선박을 압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미국 소매업체에게 전달될 예정이던 한진해운 물품도 무기한 압류당했다. 일부 미국 내 터미널은 한진해운 선박에 컨테이너를 적재하지 않고 다시 되돌려보내고 있다. 한진해운에 물건을 실은 수출입 업체들이 다시 물건을 빼내 다른 선사의 컨테이너에 싣고 있는 것.

중국 상하이·샤먼, 스페인 발렌시아 등을 포함한 항구는 한진해운이 항구 사용료를 연체할 것을 우려해 선박 입항을 막았다. 5300TEU 규모의 한진로마호는 지난달 30일 채권자의 가압류 신청으로 인해 싱가포르에서 멈춰선 지 오래다.

이런 상황을 두고 피터 슈나이더 TGS 트랜스포테이션 부사장은 “한진이라는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몽땅 담은 회사들은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뒤늦은 정부 수습..해수부·산업부 지원책 내놔

정부는 뒤늦게 피해 수습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해운·항만·물류 비상 대응반’ 가동에 들어갔다.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운항하던 미주·유럽 등 원양 수출 항로에 13척에 달하는 현대상선 대체 선박을 투입하고, 선주협회 비상수송지원팀은 가압류 등으로 목적지 도착 전 강제하역 당한 화물을 수송할 선박 섭외를 안내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긴급 수출 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수출 물류 애로 해소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운영키로 했다. 최소 2~3개월간 수출입 화물 처리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하루만인 이날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법원은 “국내 최대의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무역협회는 이날 내놓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무역업계 영향과 대책’ 보고서에서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섬유 등 4개 품목에서의 타격을 예상했다. 양대 국적선사 중 한 축이 무너지면서 운임주조권이 외국 선사로 넘어가 중소기업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도 전망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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