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용운 기자]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 참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터졌다.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 등 승객과 승무원 459명을 태운 여객선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침몰해 젊은 청춘들이 아까운 목숨이 잃었다. 이번 사고 역시 지겹도록 반복되는 안전 불감증과 사고 발생 후 미숙한 대처로 화를 키운 ‘인재’(人災)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58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 인근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6825t급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수 중이라는 신고가 목포 해경 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 당시 왼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한 세월호는 신고 2시간여만에 완전히 전복돼 뱃머리 아래쪽 일부만 노출된 채 가라앉았다. 세월호는 전날 오후 9시께 인천여객터미널을 출항해 제주도로 항해하던 중이었다. 이 배에는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을 비롯해 교사 15명과 선장을 포함한 선원 30명, 일반승객 89명이 승선해 있었다. 이번 사고로 164명은 구조됐지만 3명이 사망하고 292명이 실종(16일 오후 7시 현재)됐다.
사고 이후 현장에는 해경과 해군 함정 72척, 관공선 등 15척을 비롯해 헬기 18대와 인근 관매도 어선들이 총 출동해 구조작업과 수색작업을 벌였다.
정부 역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긴급히 가동하고 관계 부처와 합동 대책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대본을 직접 방문해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불행한 일을 당하게 돼서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 이후 정부는 368명이 사고 해역에서 구조됐다고 밝혔지만 사고 발생 7시간여만에 구조된 인원을 169명으로 수정해 혼란을 자초했다. 중대본과 해양경찰이 인원 파악을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피해 상황을 발표한 탓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날 오후 배에서 구조된 선장 이모씨 등 승무원을 목포해경으로 소환, 사고 원인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