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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불굴의 권력의지를 가진 정치인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잘못된 선택으로 무려 18년 동안 정치적 낭인 시절을 거쳤다. 재기가 어려울 정도의 긴 시간이었다. 김 대표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1·22대 총선을 거쳐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와 집권 여당 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제 남은 건 총선 승리와 차기 대권이다. 다만 대표 취임 이후 불과 한 달 여만에 모든 게 흔들리고 있다.
지지율 10% 상승은 어디로? 여야 정당 지지율 오히려 역전
민주당 전대가 한창인 8월 중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0%대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랐다. 정청래 전 대표는 코어 지지층 이탈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반면 김 대표는 ‘당정 불협화음’을 원인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당정관계가 단단하게 강화될 때에만 국정 지지율도 회복된다. 제가 당선되면 민주당 지지율 하락이 멈추고 3개월 후 10%포인트가 회복된다고 확신한다”며 “한 달 안에 당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국정 지지율도 같이 올라가고 곧 대통령 지지율이 상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장담은 허언이 돼버렸다. 리얼미터 기준으로 민주당 지지율은 대통령 지지율 추락과 더불어 동반 하락했다. 8월 2주차 기준 민주당 지지율은 과반에 육박하는 47.9%였다. 국민의힘은 고작 33.1%였다. 추석 연휴 이후 발표된 9월 4주차 정당 지지율은 충격적이다. 민주당 38.7%, 국민의힘 39.4%였다. 오차범위 이내지만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향후 지지율 반등은커녕 추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최근 한국갤럽의 양대 정당대표 역할 수행 평가에서도 김 대표는 긍정평가 30%, 부정평가 48%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훨씬 더 높은 시기이긴 했지만 전대 라이벌이었던 정청래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43%, 올해 2월 38%의 긍정평가를 기록한 점에 못미친다. 다소 난감한 상황이 이어지자 김 대표는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사실상 취소했다.
“보면 볼수록 잘된 인사” 메시지 실패에 민티07 출연 논란
여야 주요 정치인들은 수많은 미디어에 출연한다. 신문·방송 인터뷰, 유튜브, 라디오 시사 라디오프로그램 등등. 대원칙은 독자나 시청자 수가 많은 매체나 지지층이 즐겨보는 채널에 출연하는 것이다. 메시지 전달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김 대표의 메시지 전략은 실패다. 진보통합을 위해서는 친노친문 위주의 전통적 지지층이 가장 선호하는 매체인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매불쇼’ 출연이 필수적이었다. 김 대표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당 소속 의원들의 출연을 독려했지만 정작 본인은 전대 이후 출연을 끊었다. 반대로 기존 민주당 TV를 대거 리모델링한 ‘민티07’ 고정 출연만 이어갔다. 언론과 여론의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의 메시지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례는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였다. 김승원 전 법무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전인 지난 11일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언급한 점이다. 이미 ‘임명 반대’로 기울었던 여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었다.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한 실언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대 라이벌이었던 정 전 대표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수첩에 노출한 것도 일부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다. 무엇보다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이 시급했다는 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또 대법관 재제청 논란 속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공개 석상에서 “조희대 씨”라고 언급한 것도 과유불급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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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정치적 전선을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넓혔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긁어 부스럼’이다. 따져보면 김 대표가 굳이 나서 정치적 체급을 올려줄 이유가 없었다. 김 대표는 ‘한동훈·이진숙 0UT’이라는 본회의장 수첩 사건을 설명하면서 “이진숙·한동훈, 국회에 있으면 안 될 분”이라며 의원직 제명 및 자격정지 추진을 시사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었다. 반격은 예상외로 아팠다. 이진숙 의원은 ‘여자 전두환’이라는 멸칭에 김 대표의 과거 흑역사인 ‘새천년NHK’ 사건을 소환했다. 한동훈 의원 역시 김 대표의 과거 정치자금 사건과 ‘새천년NHK’ 사건으로 응수하면서 김 대표는 체면을 구겼다.
범여권 인사와의 충돌도 잦았다. 추미애 경기지사,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지명을 비판한 추미애 지사의 발언과 관련 해 “노무현 탄핵 전조”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아울러 차기 총선 승리의 전제인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는 별다른 진전없이 크고작은 신경전만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민심 악화로 차기 총선에서도 수도권 승리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조국혁신당의 독자 출마는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합과 연대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분열의 파열음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감 악재 산더미 속 ‘이재명 vs 유시민’ 정면충돌도 난제
김 대표를 둘러싼 향후 정치적 환경도 불투명하다.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악재는 산더미다. △인사참사 논란을 둘러싼 김현지·정진상 책임론 △대법관 재제청 논란 △비무장지대 지뢰 추정 폭발사고 등등 야당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의 정면충돌이다. 이 대통령의 9.18 대국민 기자회견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유시민 작가는 검찰개혁과 관련,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고 비난했고 이 대통령은 2004년 국가보안법 개정 무산을 예로 들며 유시민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두 사람의 갈등 해소는 범여권 단합을 위한 최우선적 사항이지만 구조적으로 김 대표가 컨트롤하기 힘든 사안이다.
김 대표는 지난 전대에서 본인의 독자적인 정치브랜드가 아닌 이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과 후원에 힘입어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 대통령과는 사실상 정치적 운명 공동체인 셈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반드시 성공해야만 김 대표 역시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그릴 수 있다. 만일 이 대통령과 선을 긋고 차별화에 나선다면 본인의 정치적 기반 자체가 그냥 허물어질 수 있다. 갈 길이 먼 김 대표로서는 국민여론과 정치현실 사이에서의 끝없는 딜레마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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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과거 ‘한국의 케네디’로 불린 민주당의 차세대 리더였다. 2001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대세론을 누리던 이인제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다만 1964년생으로 만 38세라는 나이 제한 때문에 대권도전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선거로 방향을 틀었다. 86세대의 시작을 알렸던 386의 선두주자였던 김 대표는 이제 686(60년대 출생·80년대 학번·60대)으로 불리는 집권 여당 대표다. 차기 대권까지는 장기 레이스다. 이제 출발선에 선 만큼 만회의 시간도 충분히 남아 있다. 다만 초반 한 달여의 페이스는 만신창이가 따로 없을 정도의 상처투성이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범여권 통합과 연대보다는 차기 대권을 의식한 인파이터 정치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정치적 호흡을 차분히 가다듬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민석 대표 체제는 심각한 위기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이 성사돼 패배한다면 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피하다”면서 “중도확장은 국정 과제 재검토를 통한 정책적 접근, 진보통합은 정치적 접근이라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유시민 작가의 통근 결단을 위한 비공식 회동을 김민석 대표가 물밑 조율해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김민석 대표가 대통령 호위무사로서 정치적 이슈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는 정청래 시즌2와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부동산, 중소기업, 청년 등 주요 정책이슈에 올인해서 민생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