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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경 워싱턴DC의 ‘수도 유대인 박물관’ 근처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살해당했다. 희생자는 남성과 여성 각각 1명으로 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의 젊은 커플이었다. 이들은 이날 미국유대인위원회(AJC)가 주최한 청년 외교관 리셉션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던 중이었다.
목격자 등의 증언에 따르면 두 직원은 근거리에서 총격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대사관의 탈 나임 코헨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 직원들이 근접 거리에서 총격을 당했다”며 “현지 및 연방 수사당국이 철저히 사건을 규명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미 경찰은 용의자가 사건 발생 전 박물관 주변을 배회하며 희생자들을 노렸으며, 4명의 일행 중 두 사람에게 근접해 총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시카고 출신 30세 남성 엘리아스 로드리게스로, 그는 범행 후 경비원들에게 뛰어가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이 도착한 뒤 체포 당시에도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며 “내가 그랬다. 내가 가자지구를 위해 저질렀다”며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반복해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워싱턴DC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미 연방수사국(FBI) 사무소, 검찰청과도 인접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근무하는 백악관에서도 불과 2㎞ 정도 떨어져 자동차로 약 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잔인한 반유대주의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하며 “외교관과 유대인 커뮤니티를 공격하는 건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 당국이 이 범죄 행위자들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확신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만큼 수사당국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FBI는 현재 경찰 측과 협력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증오범죄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토안보부도 이번 사건을 테러로 간주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공동 수사에 착수했다. 워싱턴 당국은 추가 위험 여부를 배제하지 않고 주변 경계를 강화한 상태다. 팸 본디 법무장관, 제닌 피로 워싱턴 DC 연방검찰 검사장 대행 등도 현장에서 상황을 챙기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책임자를 추격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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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반유대주의 범행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친(親)이스라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 끔찍한 살해는 명백히 반유대주의에 기반한 것으로, 지금 당장 끝내야 한다. 미국에 증오와 극단주의의 자리는 없다”며 수사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또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정말 안타깝다”며 애도를 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스라엘에 대한 거친 선동과 반유대주의의 끔찍한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 이스라엘 공관에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직원들에 대한 경호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야히엘 레이터 이스라엘 주미대사와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인 마이클 라이더는 “살해 당한 남성 직원은 이번 주에 (약혼) 반지를 구입했고, 다음 주 예루살렘에서 청혼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라이더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사실도 알리며 “이스라엘에 대한 악의적 혐오를 끝내기 위해 미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확대로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학 캠퍼스 등지에선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워싱턴DC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집중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