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육아정책연구소는 20일 개최한 육아선진화 포럼에서 당초 주제로 잡았던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논의 대신 맞춤형 보육의 도입 취지 등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보육관련 전문가, 학부모, 연구원 등도 한목소리로 맞춤형 보육제도 필요성을 강조해 맞춤형 보육 찬성론자들만의 ‘반쪽짜리 포럼’이었다는 비난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을 앞두고 워킹맘들의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맞춤형 보육 시행을 위해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와 시설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같은 고려는 없는 상태다. 맞춤반 아동이 오후 3시에 하원한 이후에는 남아있는 종일반 아동들을 연령, 특성 등에 상관없이 통합반으로 묶어 운영해야 한다. 보육서비스 질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워킹맘, 일하는 시간 ‘늘고’ 맡기는 시간 ‘줄고’
육아정책연구소는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맞춤령 보육제도 시행 쟁점’을 주제로 육아선진화 포럼을 개최했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워킹맘들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종일반(12시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동안 실제 이용시간은 7시간 남짓에 불과했다”면서 “워킹맘들의 근로시간이 해마다 늘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도 육아공백이 발생해 육아도우미 등 추가 양육비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워킹맘들의 평일 기준 근로시간은 지난 2009년 8시간, 2012년 9.2시, 지난해 9.4시간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시간은 등·하원시간을 포함해 2009년 7시간 45분, 2012년 7시간 34분, 2015년 7시간 20분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워킹맘들은 보육공백을 메우기 위해 친인척, 베이비시터, 하원도우미 등 추가적인 별도 양육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워킹맘 임모(37)씨는 “상사 눈치를 무릅쓰고 서둘러 퇴근해도 어린이집 하원시간을 넘겨 도착할 때가 종종 있다”며 “선생님들 눈총이 무서워 요즘에는 아예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3시간짜리 파트타임 베이비시터를 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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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육아정책연구소는 맞춤형보육이 시행되면 맞춤반, 종일반 하원 시간대가 달라져 워킹맘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12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종일반은 올해 보육료가 6% 인상되는 만큼 어린이집에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고, 맞춤반 아동이 하원한 뒤에는 별도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그러나 종일반 아동을 위한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은 전무하다는 게 함정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7월 이후 맞춤반 아이들이 오후 3시에 하원한 이후에는 종일반 아동들을 연령과 특성 등 상관없이 통합해 운영할 수 밖에 없다”면서 “반 마다 2~3명씩 남아 있는 애들을 따로 관리할 인력은 커녕 늦게까지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면 교사들에게 추가수당을 줘야 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일본 등 외국과 같이 어린이집 내 수면실, 유희실 등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고 한 공간에서 맞춤반, 종일반 아이들을 밥먹고 재우는 상황에서 맞춤형 보육이 제대로 돌아갈까 우려스럽다”며 “맞춤반 아이들이 하원하면 남아있는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욱 긴 시간 어린이집에 머물러야 하는데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 등 대안이 없어 고민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