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황모(48·서울)씨는 수년 간 응시한 끝에 올해 국가직 9급 교정직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평생을 민간기업에서 일해온 그는 “인생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 교정직 공무원들을 만나 진로상담까지 한 끝에 공직에 도전했다. 황씨의 친구들 중에는 그의 도전에 용기를 얻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 이도 있다. 황씨는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체력 테스트”라며 매일 헬스클럽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기동(19·양산)씨는 지난해 대학에 합격했지만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올해 국가직 9급 검찰행정직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솔로몬의 선택> 등 법률관련 TV프로를 즐겨봤던 그는 로스쿨 진학도 고민해 봤지만 ‘한해라도 빨리 안정적인 공직 경력을 쌓는 게 낫다’는 생각에 해당 직군에 도전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도 공직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9급 공무원 시험에선 40대 이상의 합격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고 10대 합격자도 속출한다. 교육행정(일반)직과 시설직(건축일반)경쟁률은 각각 734.3대 1, 221.9대 1에 달했다.
인사혁신처(인사처)는 10일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 합격자 5017명을 발표했다. 최연소 합격자는 만 18세, 최고령은 만 55세다. 정년을 불과 5년 앞두고 공직에 발을 디딘 것이다. 합격자 평균 연령은 만 29세로 지난 해와 같았지만 20대 이하, 40대 이상 합격자가 늘어났다.
18~20세 합격자는 32명(0.6%)으로 작년보다 8명 증가했다. 21세~22세의 경우 132명(3.1%)→185명(3.7%), 23~27세는 1846명(42.9%)→2187명(43.6%)으로 늘었다.
특히, 40대 이상 합격자는 270명(5.5%)으로 지난해보다 40.6%(78명)나 급증했다. 40대 이상 합격자는 2013년 170명(4.4%), 2014년 192명(4.5%)을 기록하며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50세 이상 합격자도 2013년 13명(0.3%), 2014년 15명(0.3%), 2015년 29명(0.6%)으로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사처는 남보다 빨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직장을 다니다 ‘늦깎이 공무원’에 합류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성제 채용관리과장은 “경단녀(경력단절여성), 퇴직 걱정이 많은 직장인들이 안정성을 고려해 최근 들어 9급 시험에 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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