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HBM 수요 의심 없다…HBM 장비투자 늘릴 것"(종합)

[이데일리 김소연 조민정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아울러 내년 HBM 공급 가시성 역시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대부분을 HBM에 쓸 예정으로, 올해 4분기 청주에 오픈할 M15X 공장에서 차세대 HBM을 내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HBM 수요 성장, 의심할 여지 없어”

SK하이닉스는 24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HBM은 인공지능(AI) 메모리에서 핵심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어 그 중요성을 감안하면 수요 성장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AI 시장은 AI 에이전트, 피지컬AI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폭발적으로 연산량이 증가할 것이고 HBM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고객의 풀(pool)이 확대되고 있다.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계속 출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높은 성장성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상반기에 기존 계획 대비 많은 출하가 이뤄지면서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회사 측은 “2분기 고객 재고 수준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고 메모리 공급사의 재고가 상당히 줄어 앞으로는 생산 증가에 기인한 공급 증가만이 가능하다”며 “향후 관세 정책에 따라 구매 수요가 영향받을 수 있지만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안정적 사업 운영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SK하이닉스)

시장에서는 HBM에 대한 시장 경쟁 격화와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존재했다. 최근 미국 금융회사 골드만삭스는 HBM 시장의 경쟁 격화를 지적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이에 SK하이닉스가 HBM 수요는 지속하리란 전망을 강조했다.

AI 모델 추론 기능 강화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진행함에 따라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봤다. 또 각국이 경쟁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소버린AI 투자 역시 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 증가의 성장 동력이 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中 공장도 중요…엔비디아 中 수출 재개에 HBM공급 신속 대응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공급 가시성을 확보한 상태로, 올해 투자 대부분을 HBM에 쓰겠다는 언급도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 HBM 공급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돼 적기 대응을 위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투자 규모는 기존 계획 대비 증가하며 대부분 HBM 생산을 위한 장비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규모는 주요 고객과 협의가 완료되는 시점에 정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사는 중장기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M15X, 용인 공장, 미국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지 공장을 동시에 건설하고 있다. M15X 공장은 올해 4분기 본격 오픈해 내년 HBM을 포함한 D램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M15X에서 차세대 HBM을 양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공장의 공간 제약으로 인해 고객들에게 HBM 제품 공급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HBM4(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아울러 6세대 HBM인 HBM4 원가 상승과 수익성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수익성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고객사와 가격 협상을 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4는 대역폭 향상을 위한 입출력(I/O) 개수 확대, 저전력 성능을 위한 디자인 변화, 베이스다이의 로직 프로세스 적용 등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원가 상승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고객과 최적의 가격 수준을 형성해 AI 시장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계획을 제시했다.

중국 공장에 대한 운영은 기존처럼 유지하겠다며, 중국 공장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은 기존 계획대로 운영을 계속 할 것”이라며 “레거시 D램 수요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안정적 공급을 위해 중국 공장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장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서 매우 중요한 생산 시설임을 강조했다. 미국의 규제 상황을 보면서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향 저사양 칩인 H20 수출 재개를 허용한 데 대해 “공급 재개가 이뤄진 지 얼마 안 돼서 제품 수요를 구체적으로 확인 중”이라며 “수출 제재 전까지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 HBM을 주요 벤더로서 공급한 이력이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